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현지 석유 사업 정상화를 전격 발표했다. 이번 사태로 중장기적인 원유 공급 확대와 국제 유가 하락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국내 정유업계에는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의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3000억 배럴 이상의 원유가 묻혀 있는 세계 최대 매장국이다. 하지만 인프라 부실 탓에 현재 생산량은 하루 약 100만 배럴(전 세계 공급량의 1%)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물량의 80%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석유 기업들을 현지에 투입해 망가진 인프라를 재건하고 원유 생산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단기 유가 반등보다 향후 원유 ‘공급 과잉’에 따른 장기적 하향 안정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한국과 미국 정유사에 새로운 이익 창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이 늘어나 유가 상승이 억제되면, 미국 정유사들은 저렴해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조달해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동 산유국들이 아시아 시장으로 공급을 돌릴 수밖에 없어, 국내 정유사들의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하나증권은 이번 사태 이후 중동에서 아시아 내 중질원유 공급과잉과 시장점유율(M/S) 하락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고, 아시아 OSP(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의 원유 판매 고시 가격)가 대세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OSP 하락은 정유사의 원가 부담을 낮춰 정제마진 개선 요인으로 작용한다.
캐나다의 경우 지난 2024년 5월 TMX(Trans Mountain Expansion) 파이프라인을 확장한 후 아시아향 중질원유 수출을 늘리고 있고, 지난해 11월 추가 확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베네수엘라마저 합세한다면 아시아 정유업체는 다양한 중질원유 조달 선택지를 보유하게 된다”며 “한국·미국 정유업체의 큰 폭의 수혜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정유사들이 실질적인 수혜를 입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 인프라가 오랜 방치로 사실상 붕괴된 상태여서 단기간 내 획기적인 증산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형 석유 기업들이 즉각 기술과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실제 생산량 확대와 글로벌 조달 체계 안착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주요 정유주인 S-Oil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11월까지 실적 개선 전망에 상승 곡선을 그리다 최근 한 달 사이(12월 2일~1월 2일) 0.61%, 13.5%씩 하락하며 주춤한 상황이다. 이날 주가는 원유 조달 다변화 기대감 등에 오전 10시 5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각각 5.60%, 2.40%씩 오르고 있다.
한편, 미국의 석유 대기업인 엑손모빌, 셰브론 등은 자국 투자는 인수합병(M&A) 중심으로 하고, 해외 신규 유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베네수엘라 공습과 석유 사업 정상화 발표는 해당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엑손모빌 주가는 지난 2일 장중 122.68달러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경신했고, 셰브론과 코노코필립스는 2.29%, 3.30%씩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