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둘째 주(5~9일) 투자자들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6′ 등 굵직한 반도체 이벤트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인공지능(AI)의 확장성이 재확인될 경우 반도체와 전기전자 등 기술주로의 수급 쏠림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반면 기대치를 밑도는 혁신이나 주요 기업의 실적 우려가 부각될 경우 연초 증시 랠리가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를 가늠할 12월 주요 경제지표도 줄지어 예고돼 있다. ISM 제조업지수와 서비스업지수 등 경기 선행지표와 12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공개되며 경기 흐름과 시장 온기를 점검할 전망이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삼성전자·SK하이닉스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5.46포인트(2.27%) 급등한 4,309.63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주(12월 29일~1월 2일) 코스피는 AI 모멘텀과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에 힘입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4309.63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4146.48로 출발한 지수는 강력한 ‘산타 랠리’를 타고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4300선을 돌파했다. 특히 개인과 외국인의 ‘쌍끌이’ 순매수가 지수 상승을 견인하며 시장의 기초체력을 입증했다.

코스닥 시장 역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923.22에서 시작한 코스닥 지수는 주간 1%대 상승세를 유지하며 2일 945선을 돌파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 기관이 업종별로 매수세를 주고받는 활발한 순환매 양상이 나타났다.

이번 주 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AI의 실질적 성장성’이다.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는 AI 기술의 진화 방향과 산업적 확장성이 집중 조명될 예정이다. 특히 개막 전야인 5일(현지 시각) 예정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리사 수 AMD CEO의 기조강은 반도체 및 AI 관련주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CES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피지컬 AI”라며 “국내 기업들의 로봇·휴머노이드 기술 공개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대차는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처음 시연할 예정이다.

반도체 기업 실적을 통해 이익 가시성도 확인해야 한다. 8일에는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9일에는 TSMC의 12월 판매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16조원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수급 개선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반도체 중심의 증시 랠리를 이어갈 환경 변수로는 미국 금리 기조가 핵심으로 꼽힌다. 이번 주에는 경기 선행 지표와 고용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며 금리 인하 기조를 점검할 전망이다.

먼저 5일 발표되는 12월 ISM 제조업지수는 전월(48.2) 대비 소폭 개선된 48.4로 예상되지만, 9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하회하며 제조업 경기 수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에는 ISM 서비스업지수가 공개된다.

9일에는 12월 비농업 고용 지표가 발표된다. 시장에서는 고용 증가세는 유지하되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농업 취업자 수는 5만5000명으로 전월(-3만2000명) 대비 개선될 전망이다. 실업률은 셧다운 해소와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 영향으로 4.5%로, 11월(4.6%) 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 미국연방준비제도(FOMC)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고용과 성장 둔화 우려를 명분으로 금리를 인하했기에 이번 고용 보고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을 정당화할 수 있는 내용이 확인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주에는 반도체와 바이오 종목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의 주도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환율 상승 제한으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과 투자자들의 시선이 AI에 집중된 만큼 범 AI 섹터의 비중을 확대해 상승 탄력에 대응해야 한다”며 “여기 변동성 확대 시 바이오 종목으로 보완하면 초과 성과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치주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은 성장주의 할인율을 높여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우지만, 가치주에는 상대적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1월은 저평가 팩터의 계절성이 뚜렷하다. 지난 20년간 한국 시장에서도 가치 팩터의 초과수익 확률이 다른 팩터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