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소각이 의무화되고, 한국 증시가 다른 신흥국 대비 저평가된 부분만 해소돼도 코스피 지수는 5000포인트를 넘길 수 있습니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새해 증시가 지난해보다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자신있게 전망했다. 현재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본재 투자 사이클, 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 세 가지 동력이 증시를 강력하게 끌어올리는 결합이라는 것이다.

목 대표는 “지난해 새 정부가 ‘코스피 5000′을 목표로 내세웠을 때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였는데, 대만 등 신흥국 시장의 PBR이 1.5배였다“며 ”저평가된 한국 증시의 PBR이 재평가되고, 자사주 매입 소각만 해도 상승여지가 있다. 코스피 지수 5000 돌파는 생각보다 쉽다”고 말했다.

2025년 12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ONE IFC에서 목대균 KCGI 대표가 2026 자산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 조언을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목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본부장을 거친 뒤 지난 2020년 케이글로벌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23년에는 KCGI자산운용으로 옮겨 대표를 맡고 있다.

목 대표와 일문일답.

ㅡ증시 활황이 계속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우선 AI 투자 사이클이 지속돼야 한다. 그리고 AI 투자 사이클이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전력 설비 등 다른 영역으로도 확산돼야 한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꾸준히 지속돼야 하는 것도 중요한 요건이다. 마지막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환율 안정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이 조성돼야 코스피 5000이 실현될 수 있다.”

ㅡ새해 국내 증시는 어떤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나.

“지난해 증시를 주도한 AI가 계속 증시 상승을 이끄는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그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기존에는 AI와 관련된 인프라를 까는 종목, 즉 데이터센터나 전력기기 관련 종목이 주목을 받았다면 이제는 AI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피지컬 AI까지 확장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이익을 내는 기업에 관심이 커질 수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ㅡ새해 주목해야 할 기업이나 섹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와 관련된 반도체 대형주에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조언은 변함없다. 여기에 자동차주에도 주목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우선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낮은 상황이다. 관세 리스크가 완화됐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판매 실적도 좋다. 현대차의 경우 자율주행과 로봇 관련 사업을 전개 중인데 이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ㅡ반도체 업종의 이익이 큰 폭 증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AI 상승이 거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과열이라고 단정해 투자 비중을 줄이면 좋은 투자 기회를 날리는 셈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상황으로 가정해보자. 장사가 잘 돼서 작년보다 손님이 30배 늘었다고 생각해보자. 늘어나는 손님을 수용하려면 식당을 확장해야 한다. 당장 규모를 늘리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고, 이 때문에 손님이 늘어나도 이익이 바로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길게 늘어선 손님 대기줄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고, 비슷한 메뉴를 내는 경쟁 식당도 몇 개 더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싸움에서 수익성을 고려해 발을 뺄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확장을 하겠는가.

AI 산업을 주도하는 빅테크가 이런 딜레마에 빠져있다. 많은 사람이 AI를 사용하려고 대기하고 있고, 앞으로도 AI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진 텍스트 기반 AI만 활용이 됐지만 앞으로는 동영상과 음성 AI, 그 다음에는 피지컬 AI로 단계가 진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빅테크 입장에선 이 투자 경쟁에서 져서 수요를 못 잡으면 기업이 사라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만 리스크는 있다. 빅테크의 투자 사이클이 가속화되니 잉여 현금 흐름이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이에 30년, 40년 등 장기 조건으로 자본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금리가 높다. 월가에서는 빅테크의 상환 여부를 우려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AI 거품론 우려가 치솟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2025년 12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ONE IFC에서 목대균 KCGI 대표가 2026 자산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 조언을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ㅡAI 거품론을 비롯해 증시에서 우려되는 점은.

“변동성이 매우 클 수 있다는 부분이다. 코스피 지수는 역사적 최고점에 있다. 새해 국내 증시가 재평가받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환율(원화 약세)이다. 외국인 자금은 우리 증시의 불꽃을 키울 수 있는 ‘기름’ 같은 역할을 하는데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환율의 안정이다. 외국인이 환손실을 보면서까지 국내에 투자할 이유는 없다. 원화 약세 기조가 지속된다면 외국인이 결국 손절하고 떠날 가능성이 크다.”

ㅡ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75% 올랐지만,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스닥 시장의 거래금액과 신용잔고가 많이 증가했다. 다만 코스닥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주도주가 강하지 않았다. 바이오, 2차전지, 로봇 업종이 코스닥 시장에서 비중이 큰 데 실적 가시성이 약하다. 방향성은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이걸 구체화시켜주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비해서는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비싸다 보니까 투자자들도 경계하는 모습이 존재한다. 코스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투자자를 납득시킬 만한 가시성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을 못 가지고 있다.

다만 지금 거래대금과 신용잔고가 늘어나고 있고 정부가 최근 코스닥 벤처 펀드 투자 등 여러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ㅡ올해 투자자들에게 추천하는 전략은.

“증시가 출렁거릴 수 있는 변수가 많아 조정이 빈번할 수 있다. 조정에 놀라지 말고 장기 상승 추세가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매수하는 전략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