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30일 17시 5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주가수익스와프(PRS)의 회계 처리 방식과 관련해 한국회계기준원이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IC·IFRIC)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회계기준원 내부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판단해, 공신력 있는 위원회에 결정권을 넘긴 것이다.
해석위원회는 이를 정식 의안으로 처리할 지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다. 빠르면 2026년 상반기 중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회가 PRS를 자본이 아닌 부채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면 국내 기업들이 PRS를 활용해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하는 게 앞으로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회계기준원은 지난 12월 1일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접수한 주요 PRS 거래 관련 질의를 토대로 11일 IFRS 해석위원회에 공식 질의서를 제출했다.
회계기준원은 “국제 정합성 측면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거래다. 증권사가 자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기초자산 주식에서 나오는 수익과 이자 성격의 수수료를 받는다. 총수익스와프(TRS)가 의결 및 배당권이 발행사에 남아있는 특성상 ‘진성 매각’으로 인정받지 못해 부채 비율을 낮추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자, PRS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그간 국내 기업들이 PRS를 통해 회계상 부채를 늘리지 않으면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자금을 조달해 왔지만, PRS마저도 ‘부채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발행사가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과 보상을 계속 부담하는 구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PRS 거래를 주식 처분으로 보고 자본으로 반영할 지, 아니면 실질이 차입에 가깝다고 봐 조달액을 부채로 남길 지가 논란의 골자다.
앞서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은 회계기준원에 PRS 관련 회계 처리 방향을 판단해 달라고 질의를 넣은 바 있다. 이후 금융위원회와 회계기준원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적으로 논의해 왔지만,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국제 회계 기준서에는 PRS가 자본인지 부채인지 해석하는 명확한 기준이 나와 있지 않다. 다만 회계기준원이 공개한 신속처리질의에서는 “양도자가 위험과 보상을 계속 보유하면 금융자산 제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조달액을 사실상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처럼 회계기준원이 IFRS 해석위원회에 정식으로 공을 넘긴 사례는 매우 드물다. 위원회가 최근 몇 년간 회계기준원의 요청을 받고 다룬 안건으로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회사 합병 시 워런트(주식 매입권) 회계처리(2022년 10월 의제결정), 모회사와 완전자회사 간 합병을 별도 재무제표에서 어떻게 처리할지(2024년 1월 의제결정), 국제회계기준(IIAS 1) ‘일탈(departure)’ 규정을 적용할 때 공정한 표시 및 개념체계를 여전히 준수해야 하는지(2025년 11월 잠정 의제결정) 등이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번에 회계기준원에서는 특정 케이스에 대해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위원회가 이번 건을 정식 의제로 채택해 결론을 내더라도 모든 건에 바로 일괄 적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PRS가 금융상품의 성격을 띨 때 부채의 성격이 강해진다고 봐왔다. 즉, 유의적 영향력이 없는 20% 미만의 지분을 담보로 한 PRS의 경우 부채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자산의 가격 변동을 투자자가 헤지(hedge)할 수 있는 경우에도 PRS의 부채성이 강해진다.
위원회가 PRS에 대해 ‘실질은 차입’이라고 판단한다면,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PRS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해 놓은 기업들까지 ‘부채로 재평가하라’며 소급 적용을 받을 가능성은 낮으나, 2026년 중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 있던 기업이라면 부채가 대폭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PRS를 선택하는 게 어려워질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위원회가 이번 건에 대해 부채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상당하지만, 결국 시장에서는 그마저도 피해 갈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