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은행 예금에서 자본시장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하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 중심 금융모델의 한계를 직시하고 판을 바꾸는 수준의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쓴소리도 했다.
함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의 증권사로의 이탈은 이미 일상화됐고 IMA(종합투자계좌)를 비롯한 새로운 상품의 등장도 더 이상 은행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라며 “가계대출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고 기업대출과 투자 부문에서는 옥석가리기를 위한 혜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변화가 ‘위기’라고 진단했다. 함 회장은 “지난날의 성과와 막대한 규모가 내일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라며 “머니무브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자산관리 역량의 확보와 생산적금융 추진을 위한 최적의 전문 조직으로의 전환” 등 혁신을 요구했다.
그룹 내 비은행 부문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함 회장은 “증시 활황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룹 비은행 부문의 아쉬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본업 경쟁력 강화와 리테일 분야 확대 등 추진 중인 과제들이 보다 빠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함 회장은 인공지능(AI)의 등장과 스테이블코인 등 기술과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AI가 불러오는 변화의 파장은 매우 크고 근본적이며 이전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또 “코인의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완결된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금융의 화두인 ‘생산적금융’과 관련해선 “부동산 등 안전자산 중심의 운용으로 이뤄낸 성과보다는 실물경제와 혁신산업의 성장에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금융이 좋은 자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라며 “좋은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는 투자 역량의 확보는 조직의 존망을 가르는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함 회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는 규정 준수를 넘어 모든 업무를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다시 해석해야 한다다”며 “소득·자산·정보·디지털 격차가 금융 접근성의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에 대한 불신도 심화되고 있어 단발성 사회공헌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 마무리되는 그룹 헤드쿼터의 청라 이전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사무공간 이전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혁신하는 대전환의 출발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디지털 접근성과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