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지수가 75% 넘게 급등하며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정책 수혜주인 ‘조방원(조선·방산·원전)’이,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탄 반도체 대형주가 증시를 견인하며 전례 없는 상승장을 연출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75.67% 상승했다.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30일 4214.17포인트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시가총액도 크게 늘어 전년 말 대비 77.1% 증가한 3478조원을 기록했다.

한국 증시는 지난해 정치적 불확실성의 여파로 올해 1월 2일 2398.94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투자 심리가 냉각되며 5월까지 2500선 안팎에서 횡보했으나, 6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가파른 반등을 시작했다.

상반기 증시의 주인공은 정책 수혜와 실적 기대감이 맞물린 ‘조방원’이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경제협력이 강화되면서 조선주가 ‘MAGS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모멘텀을 타고 비상했다. 한화오션은 연초 대비 200% 이상 급등했다. 삼성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방산주와 원전주 역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감과 에너지 수요 급증에 힘입어 기록적인 수익률을 냈다. 방산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군사 충돌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확대됐고, 국내 방산 기업들의 대규모 수출 계약 기대감도 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월 주당 100만 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원전주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세가 증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원전 수출 기대감 등에 힘입어 연초 대비 316%라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AI 슈퍼사이클이 증시를 지배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유가증권시장의 톱2인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이끌며 코스피 지수는 지난 11월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연초 대비 124%, SK하이닉스는 280% 급등했다. 두 종목은 올해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전날에도 각각 장 중 12만원, 65만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도 반도체 중심의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버블 논란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지만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기대는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HBM)의 디램 캐파(Capa·생산 능력) 부담이 일반적인 제품 대비 3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 수요가 급감하는 것이 관찰되지 않는 이상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 상황이 쉽사리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