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30일 16시 1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기업형 수퍼마켓(SSM) 분리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통매각 유찰 끝에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SSM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에도 한 차례 SSM 분리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SSM 사업부 분리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온라인으로 소비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마저 이어지면서 더 이상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와 그 직후엔 SSM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도 받았으나, 현재는 이마저도 꺾였다. 국내 유통 대기업은 모두 “현재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날 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안 등을 담은 자체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SSM 사업부 분리 매각 후 홈플러스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으로, 3000억원 규모의 DIP(회생금융)파이낸싱 계획도 담았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으로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홈플러스는 직원 급여를 제때 주지 못해 분할 지급하고, 전국 매장의 전기료와 납품 대금 결제까지 지연될 정도로 극심한 현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DIP파이낸싱도 같은 이유다.
통매각은 사실상 무산됐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하며 인가 전 M&A를 통한 정상화를 추진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공개 입찰까지 진행했지만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홈플러스의 알짜 사업부로 통한다. 전체 약 295개 점포 중 75%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고, 1시간 내 ‘즉시배송’ 시스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00억원대로 매각 가격은 7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가격이 더 낮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SM 사업부가 있는 GS리테일(GS더프레시)·롯데쇼핑(롯데슈퍼)·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이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다. 7000억원 규모 인수 자금 마련 부담이 큰 데다 경기 침체·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수익성 장담도 어려워서다.
실제 GS더프레시 581개점을 구축, 점포 수 기준 SSM 시장 국내 1위인 GS리테일마저도 최근 확장을 멈추고 내실 다지기로 돌아섰다. 온라인으로 소비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GS리테일은 온라인 무풍지대였던 편의점 구조조정마저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쇼핑은 수익성 둔화 속 일찌감치 자산 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롯데슈퍼 여의도점을 매각하기도 했다. 그나마 SSM 시장 3위 이마트가 시장 지배력 강화 차원의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마트 측은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분리 매각이 한 차례 실패했던 점도 고민거리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돌입 전인 지난해 6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주도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과 없이 중단됐다. GS리테일과 이마트는 투자설명서만 검토했고, 대만 업체 한 곳만이 원매자로 나섰다가 빠졌다.
홈플러스 측은 깜짝 원매자 등장 여부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는 오프라인 배송 거점 확보를 노리는 알리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정도가 거론된다. SSM 점포는 주택가 인근에 위치해 활용도가 높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어 가격 조건만 맞는다면 중국 업체의 진입이 가능해서다.
매각에 앞서 변수가 있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이 회생계획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에는 큰 이견이 없을 수도 있지만, 3000억원의 DIP 파이낸싱과 관련해 선순위 자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반대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 IB업계 일각의 예상이다.
채무자회생법 등 현행법상 홈플러스가 전날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려면 관계인 집회를 통해 의결권 총액 기준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채권단 동의 여부에 따라 법원은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더 큰 상황으로 회생계획안이 통과될 경우 홈플러스의 생명은 연장되겠지만, 반대라면 청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현행법상 회생계획안이 부결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