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지 자산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들썩인 서부T&D가 자산재평가를 실시한다. 이번 재평가 결과 서부T&D가 보유한 부동산 장부가액은 지난해 대비 28% 증가한 2조 7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규모 자산 가치 상승이 주가 부양의 촉매제가 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공매도 지표 역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용산전자상가지구 나진상가 12·13동 일대 지구단위 계획구역 조감도./서울시 제공

30일 서부T&D 주식은 전 거래일 대비 4.8%(600원) 오른 1만3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만3000원대를 회복한 것은 9거래일 만이다.

이러한 주가 반등은 전날 발표한 자산재평가 실시 공시가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서부T&D는 지난 29일, 회사가 보유 중인 투자부동산과 유형자산 전반에 대해 자산재평가를 진행한다고 공시하며 자산 가치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달 30일 기준 서부T&D가 보유 중인 투자부동산과 유형자산에 대한 장부가액은 2조72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T&D는 지난해에도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바 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장부가액만 28% 가량 올랐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 재평가 대상에는 신라스테이 마포의 토지, 건물 등이 추가됐다. 지난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결과, 서부T&D의 재평가차액은 3367억원이었다.

자산재평가는 기업이 보유한 토지 등의 자산 가치를 취득 당시의 장부가액이 아닌 현재의 공정가치로 다시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절차다. 이를 통해 자산 총계가 늘어나면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자산재평가로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한다. 이날 기준 서부T&D의 시가총액은 8178억원으로, 보유 자산의 장부가액(2조 7000억원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회사가 가진 땅과 건물의 가치보다 기업 전체의 몸값이 훨씬 낮게 평가되어 있다는 의미다.

서부T&D 주가는 올해 초 대비 127%나 급등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여기에는 호텔, 복합쇼핑센터 운영 및 부동산 개발 사업 전반에 걸친 호재가 작용했다. 특히 여름부터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과 한한령 완화 조짐에 따른 ‘호텔주’ 수혜주로 부각되었다. 현재 서부T&D는 서울 용산구에서 노보텔, 그랜드 머큐어 등 4개의 호텔이 집결된 국내 최대 규모의 호텔 콤플렉스 ‘서울드래곤시티’를 운영 중이다.

이달 들어 서부T&D는 본격적으로 ‘토지 자산주’ 반열에 올랐다. 최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개발 기대감으로 천일고속 주가가 급등하자, 시장의 시선이 개발 호재를 품은 다른 토지 자산주로 옮겨온 영향이다.

서부T&D는 대규모 개발이 예정된 용산 나진상가와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 부지 등을 보유하고 있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으며, 이 과정에서 하루 만에 주가가 21%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다만 주가는 단기 급등 이후 다소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11일 21% 급등하며 1만407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전날까지 약 11%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자산재평가 실시와 더불어 핵심 부지들의 개발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발 예정 부지인 용산 나진상가와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의 인허가 및 착공 일정이 구체화된 영향”이라면서 “향후 눈에 보일 분양 매출과 개발 이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인허가를 받은 이후 나진상가는 2026년 하반기부터, 신정동은 2027년 하반기부터 개발 수익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공매도에는 주의해야 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서부T&D의 대차거래 잔고 수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것으로, 통상 공매도 지표로 해석된다. 자산재평가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이나 하락을 점치는 세력이 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주가가 21% 급등한 지난 11일 이전까지 서부T&D의 대차거래 잔고 수량이 250만주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 점차 증가하다 지난 18일 309만7934주를 기록했다. 이후 6거래일 연속 300만주를 유지하다 지난 29일에는 299만5466주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