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26일 10시 2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스피어가 추진하던 니켈 제련소 투자 계획이 잠정 중단됐다. 글로벌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특수 합금 제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은 스피어는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직접 제련소 투자를 준비해 왔다. 회사는 막대한 비용 문제로 추후 회사가 성장한 후 다시 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피어는 최근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어는 스페이스X의 1차 벤더 중 한 곳으로, 미국 현지 벤더를 제외하면 해외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스페이스X와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대부분 계약 공시 상대방은 ‘글로벌 우주항공 발사 업체’로 명시하고 있으나, 지난 7월 공시한 770억원 규모의 특수 합금 공급계약에서 상대방을 스페이스X로 밝히면서 이 같은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다만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에 필요한 소재와 부품을 직접 제작해 공급하는 다른 벤더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이 필요한 제품을 유통하는 역할만 맡고 있다. 생산 시설은 갖추지 않고 고객사에서 제품을 요청하면 규격과 성능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의 생산 기업을 물색해 제때 납품이 이뤄지도록 일종의 구매대행 역할을 맡는 것이다. 우주항공업계에서는 이처럼 공급망을 관리하는 벤더를 ‘서플라이벤더’라고 부른다.
스피어는 여러 생산 기업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원료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있는 니켈 제련소 투자를 준비해 왔다. 니켈은 스페이스X가 사용하는 특수 합금의 핵심 원재료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니켈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경우에 대비해 가격과 공급량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계획이다. 투자금은 프로젝트 펀드와 메자닌 발행으로 확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스피어의 니켈 제련소 투자 계획은 3000억원대에 달하는 투자금에 대한 부담으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 계획 중단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스피어의 니켈 제련소 투자 결정에는 스페이스X의 요구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요 고객사의 요구사항이었던 투자를 너무 쉽게 중단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스피어는 지난 8월 스페이스X와 10년간 총 1조5440억원에 달하는 공급 계약을 맺었다. 장기적인 니켈 수급망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니켈 공급망이 불안정해져 스페이스X와의 공급 계약에 차질이 빚어지면,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직접 부품을 생산하지 않는 스피어가 니켈 제련소 투자 중단을 계기로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피어는 과거에도 공급 계약에 대해 여러차례 정정공시를 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10년짜리 계약도 완주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스페이스X에 대한 스피어의 입지는 꽤나 공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