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3 출시 이후 알파벳 주식 매수에 나섰던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오라클이 촉발한 인공지능(AI) 거품론 불안감이 커진 시기에도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2월 16~25일) 동안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3배 ETF(SOXL)’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이 상품을 약 2억3037만달러(약 3331억원)어치 사들였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 역시 1억4036만달러(약 202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알파벳에 집중했던 12월 초의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앞서 투자자들은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 3’에 대한 기대로 12월 초 2주간 알파벳 클래스 A를 약 4억9942만달러어치 사들인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오라클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AI 관련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AI 거품론’이 확산됐다.

이에 대한 영향으로 반도체 관련주들도 휘청거렸다.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3배 ETF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주가가 27% 빠졌다. 같은 기간 브로드컴도 주가가 21% 하락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 시기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았다. AI 관련주가 내년에도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에 베팅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AI 거품론에 대해 우려가 과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AI 버블 붕괴를 걱정하기에는 국가 차원의 지원은 지속되고 있어 AI 관련 과대 낙폭 기업은 여전히 저가매수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1월부터 부진하던 AI 관련주에서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증시가 부진했던 요인은 AI 거품론이 아니라 긴축 통화 정책에 대한 우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통화 정책이 긴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CPI) 발표되면서 이런 우려가 완화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1분기에는 물가에 대한 우려가 더 낮아질 것이라 AI 관련주도 모멘텀을 더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