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개인 투자자 수급이 코스닥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이달 코스닥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4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23년 8월(12조1220억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9조4790억원)과 비교하면 21%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의 거래대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달 들어 26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4610억원으로, 지난 달(17조4330억원) 대비 17%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의 ‘손바뀜’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달 들어 26일까지 코스닥 일평균 회전율은 2.3%로, 직전 달(2%)보다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일평균 회전율이 0.53%에서 0.43%로 19%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의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졌단 걸 의미한다.
최근 코스피 시장은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심이 위축됐다. 코스피는 지난달 4일 장중 4226.7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약 두 달간 신고가를 경신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준비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 기대가 확산됐고, 이에 따라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개인 투자자 자금이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 이동했다.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626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피 시장에서는 9조797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개인 투자자가 코스닥에서 4800억원을 순매도하고 코스피에서는 9조2870억원을 순매수했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지원 기대가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코스닥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바이오와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가 최근 출범한 데다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 제도 역시 코스닥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11월부터 도입된 증권사 IMA 제도로 중소형주로의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며 “IMA는 조달 자금의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내년 10%,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인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통상적으로 1∼2월에 강세를 보이는 코스닥 시장의 계절성, 정책 모멘텀, 코스닥 활성화 추진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코스닥 시장의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올해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낮은 상승률 역시 추가 상승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36%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72%)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코스닥 지수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코스피 지수와의 수익률 차이는 여전히 있다”며 “향후 정부의 상장·퇴출 구조 개편과 기관투자자 유입 정책이 본격화되면 코스닥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압력과 국내 금리 인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코스닥의 추가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내수 개선이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코스닥이나 중소형주의 아웃퍼폼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