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가가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16만~17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덕분에 일찌감치 삼성전자에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전 거래일 대비 5900원(5.31%) 오른 11만7000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며 거래를 마쳤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스1

일본 노무라증권이 삼성전자 이익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노무라증권은 “4분기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모두 큰 폭으로 올라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의 수익성이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며 “범용 D램 가격의 경우 4분기에 30~40%, 서버용 D램은 40~60%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 역시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최근 SK증권이 기존 11만원에서 17만원으로 55% 파격 상향 조정에 나섰고, KB증권(15만→16만원), 미래에셋증권(14만2000→15만5000원), 하나증권(14만→15만5000원), 한화투자증권(11만→14만원), 메리츠증권(12만→12만5000원) 등 10곳이 잇달아 목표 주가를 올렸다.

증권가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상 올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88조2192억원, 15조6965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141.8% 증가한 수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문자맞춤형칩(ASIC) 업체들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주문량을 늘리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엔비디아 HBM4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내년 HBM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26조원으로, 총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 아래에 있을 때 주식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은 상당한 투자 이익을 얻게 됐다. NH투자증권 나무앱에 따르면 23일 기준 개인 투자자의 평균 매수가는 7만6314원으로, 평균 수익률은 51.28%에 달한다. 손실 투자자 비율은 0%다.

일부 개인들은 이달 들어(1~26일) 3조8909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2조9601억원, 기관은 1조7486억원 규모로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평가도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내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7.6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여전히 저평가”라며 “D램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고, HBM 수요처 다변화를 감안하면 저평가받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르려면 외국인 자금 유입과 함께 추가 투자 및 주주환원 계획이 발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고,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는 이른바 ‘디레이팅(derating)’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주주환원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상충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돈 버는 메모리 반도체로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이클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는 2027~2028년 장기 공급 계약 체결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