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24일 09시 4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41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종목이 공모가를 크게 밑돌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건물을 팔고 회사를 청산해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와 리츠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리츠 25개 종목 중 88%인 22개 종목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둔 리츠들의 성적표가 처참한 수준이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의 전날 종가는 1639원으로 공모가(5000원) 대비 67.72% 폭락해 있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57.07%), 미래에셋글로벌리츠(-48.70%), 미래에셋맵스리츠(-47.70%), 제이알글로벌리츠(-42.30%) 등도 공모가 대비 반토막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리츠를 묶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마찬가지다. 국내 리츠에 집중 투자하는 ‘PLUS K-리츠’는 상장 첫날 종가(1만5원) 대비 30.28% 하락했다. 우량 인프라 자산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와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역시 각각 13.66%, 6.33%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리츠 잔혹사’는 2022년부터 시작된 고금리 여파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린 결과다. 리츠는 자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 수익을 배당하는 구조인데, 금리가 오르며 이자 비용이 급증하자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다 리츠 배당이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마저 꺾인 상태다.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시장의 관심은 ‘운용’보다 ‘청산’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에 실제 사례가 나왔다. 올해 국내 리츠 중 압도적 수익률(72.80%)을 기록한 코람코더원리츠가 그 경우다. 이 리츠는 유일한 기초자산인 여의도 하나증권빌딩의 매각 가능성이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주주 입장에선 제살 깎아먹기식 배당을 받는 것보다 자산을 제값에 팔아 공모가 이상의 청산금을 챙기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현재 공모가를 웃도는 리츠는 코람코더원리츠를 포함해 SK리츠(14.00%), 신한알파리츠(9.40%) 등 단 3곳뿐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신뢰 하락을 주된 원인으로 지적한다. 리츠들이 운영 자금이나 채무 상환을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주가 상승 동력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상장리츠의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투자 기반이 미흡한 상황에서 유상증자 등으로 수급불균형을 초래한 게 주가 악영향의 원인”이라며 “시장 신뢰를 제고해야 리츠의 주가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