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를 조이고, 기업금융(IB) 본연의 역할인 모험자본 투자 비율을 늘리기 위해 규정을 손질한다. 투자 형태가 아닌 실질 위험에 기반한 자본 규제를 도입하고, 부동산 투자 총량에도 상한선을 둔다. ‘부동산 대출 창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증권 업계의 체질 개선을 강제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 전경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규정과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일부 개정안에 대해 규정 변경 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24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예고 기간을 거친 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확정·시행될 예정이다.

우선 금융 당국이 부동산 건전성 규제 체계를 ‘투자 형태’ 중심에서 ‘실질 리스크’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현행 증권사는 부동산 PF 투자 시 대출, 채무보증, 펀드 중 하나의 구조를 선택하는데, 이에 따라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이 각각 100%, 18%, 60%로 다르게 적용된다. 위험값이 낮을수록 규제상 자기자본 소모가 적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채무보증에 투자 구조를 몰아왔다. 같은 100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채무보증으로 처리하면 자기자본 18억원만 소모된 것으로 계산되지만, 대출로 잡히면 100억원이 모두 소모된 것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사업장 단계나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실제 위험이 달라도, 규제상으로는 같은 취급을 받아온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투자 방식과 무관하게 사업장 진행 단계와 LTV 수준에 따라 NCR 위험값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브릿지론PF의 경우 60% 이상의 고LTV는 90%, 60% 미만의 저LTV에는 60%의 NCR 위험값을 부여한다. 본PF는 고LTV에 36%, 저LTV에 24%가 적용된다. PF가 아닌 부동산 투자에는 고LTV 18%, 저LTV 12%가 부여된다. 부실 우려가 큰 해외 부동산은 위험값을 최소 60%로 묶는다.

증권업 부동산 NCR 위험값 개선안. /금융위원회 제공

부동산 투자 총량에 대한 규제도 새로 도입된다. 기존에는 부동산 채무보증만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관리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대출과 펀드까지 포함한 부동산 투자금액 전체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그동안 50%만 반영하던 국내 비주거시설과 해외 부동산도 모두 100% 반영한다.

이미 한도를 넘긴 증권사에는 시간을 준다. 부동산 총 투자금액 한도는 2026년 130%, 2027년 120%, 2028년 110%로 단계적으로 낮춘 뒤 2029년에 100%를 적용한다.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규제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정상 여신에 대해 0.5%의 낮은 충당금을 쌓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완화 규정을 없애고 타 금융업권과 유사한 수준으로 상향한다. 아파트 PF에 적용하던 7% 충당금 적립률도 10%로 높인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모험 자본 투자 구조도 손본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A등급 채권과 중견기업 투자에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해당 투자 실적은 모험 자본 공급 의무의 최대 30%까지만 인정한다. 예를 들어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조달액이 100억원이라면 최소 25억원을 모험 자본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 중 A등급 채권과 중견기업 투자는 7억5000만원까지만 실적으로 인정된다.

한편 증권사 인가 심사 기준도 일부 완화된다. 그동안은 증권사 최대 주주가 법인일 경우, 해당 법인의 대표 개인까지 임원 자격 요건으로 심사해왔다. 앞으로는 다른 금융업권과의 형평성과 법 체계를 고려해, 이 같은 심사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