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금리를 0.75%로 상향하며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금리 인상이 선반영된 덕분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충격은 제한적이었지만, 시장은 추가 긴축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본발 금리 상승이 내년 미국 성장주의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장기간 목표치인 2%를 웃도는 가운데, 구조적인 임금 상승과 엔저로 인한 수입 물가 부담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킨 결과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직후 저렴한 엔화를 빌려 글로벌 위험 자산에 투자하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대규모 청산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의 금리 인상이 엔화 조달 비용을 높여 위험 자산 회수의 신호탄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뉴욕 증시에서 19일(현지 시각) 나스닥은 1.38%, S&P500은 0.79% 상승 마감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사전에 반영된 데다,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 발표가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엔화 역시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5.5엔까지 하락했으나, 종가 기준 157.76엔으로 다시 상승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추가 인상 시점에 대해 “경제와 물가 지표에 달려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본은행(BOJ)의 내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로 유입된 유동성이 미국 성장주 주가를 부양해 왔으나, 긴축 신호가 강해질 경우 자금 흐름이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성장성 중심의 장세가 수익성과 현금 창출 능력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국면에서는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확장이 이어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며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역시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실적보다 기대감이 주가를 이끈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 밸류에이션 확장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며 “AI 시설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 역시 기대감이 아닌 실제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의 전제 조건이 되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미국 증시는 선별 장세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를 예로 들며 “주도 업종 내에 있더라도 수익성과 현금 흐름이 약화하는 기업은 주가 수익률이 부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선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 개선 여부 ▲매출 대비 순이익 증가율 ▲설비 투자(CAPEX) 대비 영업 활동 현금 흐름 비율 ▲매출 대비 잉여 현금 흐름(FCF) 비율 등을 제시했다.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BOJ가 인상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속도 조절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다음 인상은 2026년 하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