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동구 코엔텍 폐기물 처리 설비. /코엔텍 홈페이지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9일 06시 1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E&F프라이빗에쿼티(E&F PE)가 주당 9000원에 사들여 자진 상장 폐지한 코엔텍 주식을 반년 만에 약 2배로 되판다. 지분 통매각으로 거래 구조를 단순화하고 소액주주 보호 의무를 없앤 덕에 1800억원의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E&F PE는 앞서 공개매수와 장내 매수, 여기에 포괄적 주식교환까지 진행해 지난 6월 코엔텍을 상장 폐지했다. 코엔텍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장외에서라도 계속 보유하고 싶었던 주주들은 넌더리를 내며 결국 회사가 결정한 가격에 주식을 내놔야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제도 개선을 요구했던, 이른바 ‘사모펀드의 개미 털기’ 사례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F PE·아이에스동서 컨소시엄은 최근 홍콩계 PEF 운용사 거캐피탈로 코엔텍 주식 100% 전량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캐피탈은 코엔텍 실사를 진행한 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가는 7000억원대 중반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기준 코엔텍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EBITDA의 18배에 달하는 멀티플을 인정받은 셈으로, 발행 주식 수가 4858만720주인 점을 고려하면 주당 단가는 1만5000원을 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매각 거래 종결 시 E&F PE·아이에스동서 컨소시엄은 최소 1500억원 넘는 투자금 회수 성과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20년 맥쿼리PE로부터 코엔텍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지 약 5년 만으로, 최초 경영권 지분 인수와 추가 지분 인수 등에 6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코엔텍은 영남권 최대 폐기물 처리 업체로 꼽힌다. 울산·경남권 산업단지 내 정유·석유화학·조선·자동차 등 제조 공장에서 발생하는 지정 및 일반 산업 폐기물 처리가 주력 사업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갖췄다. 지난해 매출은 약 805억원, 영업이익은 305억원으로 집계됐다.

E&F PE는 인수 후 고배당을 통해 투자 원금을 상당 부분 회수했고, 마지막 단계에선 상장 폐지까지 진행했다. 특히 E&F PE는 코엔텍 기업가치를 4500억원으로 평가해 소액주주 지분을 인수해 상장 폐지하는 전략을 채택, 경영권 프리미엄을 홀로 독식하는 구조를 완성해 냈다.

E&F PE는 지난해 11월 코엔텍 기업가치를 45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뒤 주당 9000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E&F PE가 앞서 코엔텍 경영권 지분 59.29%를 확보할 때 약 4200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인수 당시와 비교해 전체 기업가치를 절반 가까이로 줄인 셈이다.

E&F프라이빗에쿼티 CI.

공개매수 결과는 E&F PE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특수목적법인(SPC) 이앤아이홀딩스로 보유한 코엔텍 주식과 자사주를 제외한 잔여 주식(1893만7913주) 전량을 공개매수 대상으로 정했지만, 공개매수로 확보한 주식은 계획에 못 미치는 1011만8030주(지분율 20.24%)였다.

“회사의 현금 창출 능력과 매립지 자산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라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원인이 됐다. 일부 주주는 “대주주가 정한 9000원은 회사의 실질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가격”이라며 법원에 ‘매수가액 결정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E&F는 이후 장내매수로 방향을 틀었다. 장내 매수로 지분율을 최대한 늘린 뒤 교부금 주식교환을 진행해 소액주주를 축출(스퀴즈 아웃)하기 위해서였다. 현행 상법상 대주주가 지분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소액주주의 주식을 대주주가 강제로 사들일 수 있다.

끝까지 버티던 잔여 지분 646만주(12.9%)를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은 주당 9000원을 받고 축출됐다. 강제로 뺏긴 지분은 매각가 7000억원 중반 기준 약 400억원의 추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과적으로 소액주주의 방어권 부재를 활용한 E&F PE는 매각 차익을 고스란히 흡수하게 됐다.

E&F PE의 지분 확보 과정은 치밀했지만,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과 반년 사이 업황의 급변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폐지 당시 대주주가 산정한 가치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철저히 배제한 ‘개미 털기용 가격’이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성장을 믿고 기다린 대가가 강제 축출이었다”는 원성이 계속되고 있다. E&F PE는 돈을 벌었지만,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이 같은 행태가 결과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 자진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주식 매수 가격이 적정한지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미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주주가 경영권 매각 전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상장 폐지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