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에도 ‘킬스위치’ 규정을 도입한다. 올해 3월 코스피 전 종목 거래 중단 사고 이후 전산장애 방지 및 대응 범위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 중 채권시장 전산장애 유발 호가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고, 조치 및 매매계약 체결 방법을 정비했다. 현재 시장 관계자들에게 의견 수렴 중이, 내년 2월 9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채무증권 매매거래 업무규정 내 ‘전산장애 시의 조치 및 매매계약 체결 방법’에 한국거래소가 할 수 있는 조치로 ▲전산장애를 초래한 호가 취소 ▲호가 접수 정지 또는 매매거래의 중단 조치와 필요한 경우 미체결 호가 취소 ▲전산장애 복구 이후 거래소가 정하는 때부터 호가 접수 또는 매매거래 재개 등의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호가 폭주의 경우에도 전산장애와 마찬가지로 매매거래 중단과 미체결 호가 취소 조치를 추가했다. 개정안 내용 대부분은 내년 1월 시행되는 주식시장 전산장애 방지 개정안과 동일하다.
한국거래소는 내년 1월 12일부터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에 호가 폭주로 전산장애가 우려되면 해당 호가를 직권 취소하고, 필요시 거래를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 발생 시 미체결 잔량도 일괄 취소된다.
가장 최근 채권시장에서 전산장애가 크게 발생한 사례는 2021년 11월 2일이다. 당시 국채전문유통시장(KTS)의 네트워크 하드웨어 장비(라우터)에서 장애가 발생해 호가가 반영되지 않았고, 일부 채권 거래가 약 50분간 중단됐다. 다만 호가 유입 자체가 되지 않아 관련 피해는 없었다.
이후 채권시장에서 이렇다고 할 전산장애는 발생한 적이 없지만, 한국거래소는 전산장애 오류 대응 속도를 높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직권 취소 규정을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까지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올해 3월 동양철관 체결 오류로 코스피 전 종목 거래가 7분간 전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한 후 전산장애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시스템 안정화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3월 전산사고 후 대응책으로 직권 취소 등의 개정 사항이 나왔고, 이를 주식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며 “채권시장 역시 이에 따라 새 개정안을 예고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