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를 발표하며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12월 22~26일) 국내 증시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과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이라는 대외적 불안 요인에 직면할 전망이다.

지난주(15~19일)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15일 4167.16포인트(p)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극심한 변동성 끝에 19일 4020.55p까지 밀려나며 주간 기준 3.5%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역시 2.4% 하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다시 고개를 든 ‘AI 거품론’이었다. 미국 오라클과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을 추진하던 핵심 금융 파트너 ‘블루 오울 캐피털(Blue Owl Capital)’이 지난 17일(현지 시각) 관련 투자 논의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자 국내 관련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주 4.2%, 2.4%씩 빠졌다.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26.04포인트(0.65%) 상승한 4020.55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다만 이번 이슈가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상승여력)은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며 “내년 초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추정치는 전년 대비 142% 급증한 15조7000억원으로 큰 이익 증가율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이외에도 IT 하드웨어, 에너지, 조선, 기계, 지주, 호텔·레저 섹터의 이익 변화율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주 증시에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 정부의 증시 활성화 방안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로 ▲K-엔비디아 육성 ▲국가 AI 컴퓨팅 센터 ▲전남 해상풍력 ▲울산 전고체 배터리 소재 공장 ▲충북 전력반도체 공장 ▲평택 파운드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에너지 인프라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7곳을 선정했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연 30조원씩 벤처 산업에 지원할 예정으로, 지역에만 40%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닥 활성화 정책도 같은 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부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향후 정부의 관련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추가 기대감이 다시 생길 수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와 코스닥 벤처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통해 투자 인센티브를 부여할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관련 기대감은 당분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지수가 3850~4200p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3일 발표되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전 분기 대비 3%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중앙은행(BOJ)이 지난주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금리를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린 것은 변수다. 일본 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가 넘고, 엔화 약세로 고물가가 지속되는 점이 금리 인상의 주요 원인이다.

이에 대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BOJ의 금리 결정이 불확실성 해소로 작용해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감을 높여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BOJ의 발표 후 엔화 가치가 생각보다 오르지 않으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석현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BOJ의 금리 인상에도 고물가, 고금리 부담으로 일본의 경제성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에 엔화 가치 강세가 억제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상품에 투자하는 방법) 청산 위험을 낮추지만,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8개월 만에 148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