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수송동 SK에코플랜트 사옥. /SK에코플랜트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7일 14시 4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SK에코플랜트가 상장 준비에 착수한 가운데, 재무적투자자(FI)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가치 하한선이 약 7조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FI들은 SK에코플랜트가 당장 이 수치를 달성하긴 어렵다고 보고 내년 상장 계획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SK에코플랜트에 투자한 FI들의 적격상장 요건(Qulified IPO·Q-IPO)은 주당 8만원대 초반이다. Q-IPO란 FI들이 요구하는 공모가 수준을 만족할 때만 IPO를 추진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현재까지 발행된 주식 수+우선주 전환 시 늘어나는 물량+IPO 시 신주(대략 전체 주식 수의 20%라고 가정)’에 곱하면 약 7조원이 된다.

앞서 지난 2022년 SK에코플랜트는 1조원 규모의 프리(pre)-IPO투자를 유치했다. 이음프라이빗에쿼티, 큐캐피탈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KY PE가 전환우선주(CPS)로 6000억원을 투자했다. 글랜우드크레딧과 한국투자증권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4000억원을 투자했다.

우선주의 1주당 발행가액은 CPS가 45만원, RCPS가 42만5535원이었다. 둘 다 우선주 1주 당 보통주 5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이 붙었다. 즉 보통주 투자 단가는 CPS가 9만원, RCPS가 8만5107원인 셈이다.

다만 이후에 주식교환·제3자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신주 발행가액이 FI들의 우선주 전환가보다 낮은 7만3377원으로 정해졌고, 이에 우선주 전환가와 Q-IPO 가격도 함께 낮아졌다. RCPS와 CPS 전환가가 8만원선까지 내려가는 구조라고 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Q-IPO는 원래 12만원이었으나 8만원대 초반으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주 전환가의 리픽싱과 함께 Q-IPO도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FI들은 SK에코플랜트가 주당 8만원대 초반, 즉 시가총액 7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에 반대할 권리가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다만 7조원은 하한선일 뿐, FI들이 어느 정도 수익을 내려면 기업 가치가 10조원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SK에코플랜트가 7조~10조원의 기업가치를 충족하는 게 쉽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1~3분기 누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470억원이다. 전년 대비 75%나 증가한 수치다. 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간다면 연간 EBITDA가 8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EBITDA가 8000억원을 기록한다는 가정 하에 기업가치 7조~10조원을 달성하려면, EV/EBITDA는 약 9~12배에 달해야 한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후방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기본적으로는 건설사로 분류된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EV/EBITDA가 대체로 6배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에코플랜트에 9~12배 멀티플(배수)을 적용하는 건 다소 무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SK에코플랜트는 내년 1월 20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까지 상장 신청을 해야 FI들에 대한 위약벌이 없다는 주주 간 계약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FI는 위약벌을 없애거나 최소화할 테니 상장 추진을 미루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은 만족할 만한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 힘드니,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업체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체력을 더 키운 뒤에 상장하라는 것이다.

더욱이 SK에코플랜트는 미국 자회사 회계 위반에 대한 감리 결과 ‘중과실’ 수준의 조치를 받은 상태여서 상장 예심을 통과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2023년 미국 자회사 매출을 과대 계상하는 등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54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전현직 대표이사들도 함께 과징금을 받았다.

거래소는 최근 3개 사업연도 감사보고서 회계감리 결과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에 대해 상장을 거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