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자본잠식으로 상장 유지 자격을 걱정해야 하는 코스닥 상장사 큐라티스에 모회사 인벤티지랩이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인벤티지랩은 올해 초 경영권 인수 당시 투자했던 전환사채(CB)를 내년 2월 전환권 행사 시점에 주가 수준과 관계없이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확약했다.
통상 CB 투자자는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 때만 수익 실현을 위해 주식으로 바꾸지만, 인벤티지랩은 주가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의무 전환’을 선택했다. 이는 채권을 자본으로 편입시켜 큐라티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본잠식을 해소하려는 전략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큐라티스는 지난 2월 모회사 인벤티지랩을 상대로 발행한 1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조건을 이례적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주요 변경 내용은 당초 명시된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과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의 삭제, 그리고 전환청구 기간을 단 일주일(2026년 2월 22~28일)로 대폭 단축한 것이다.
투자자인 인벤티지랩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방어 수단(리픽싱)을 포기하고, 회사에 투자금 조기 상환을 요구할 권리(풋옵션)조차 내려놓았다. 자금을 조달한 큐라티스 입장에서는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고 자본 확충 가능성을 높인,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이례적으로 CB 조건이 변경된 이유는 회사의 재무 구조가 계속 악화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인벤티지랩은 큐라티스의 백신 생산시설인 오송바이오플랜트를 활용하기 위해 올해 초 경영권을 인수했다. 문제는 본사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자본잠식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결핵과 코로나19 백신 기술을 내세워 기술 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큐라티스는 2023년 상장 당시부터 자본잠식 상태였다. 상장 당시에는 실적 개선 목표를 밝혔지만, 지난 2년 동안 적자가 이어지면서 재무 구조는 계속 악화됐다.
창업주인 조관구 전 대표가 상장 이듬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경영난은 더 심화됐다. 조 전 대표가 떠난 뒤 회사는 부동산 투자 자문업을 하는 피스투에스코리아에 넘어갔다. 인벤티지랩이 최대주주가 된 지금도 주요 주주로 남아있는 피스투에스코리아는 큐라티스 경영을 총괄하는 김성준 대표의 개인 회사다.
CB에 투자한 인벤티지랩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회계처리 규정에 따라 부채에 계상된 사채 관련 계정이 자본으로 변경된다. 회사는 자본으로 전환되는 규모는 2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인벤티지랩의 이번 결정이 향후 주가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벤티지랩이 큐라티스의 오송 공장을 활용해 위탁생산(CMO),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추진을 계획했고, 큐라티스가 “인벤티지랩 CDMO 설비의 모든 장비가 입고된 상태로, 내년 초 시운전 후 정상 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큐라티스의 재무 상황은 단기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큐라티스의 자본잠식률은 29%였는데, 적자가 누적되면서 지표는 더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법인세비용 차감전 계속 사업손실률은 130%에 육박한다.
큐라티스는 CMO·CDMO 사업자이기 때문에 인벤티지랩이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내놓더라도 수익성이 극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