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단타 매매가 집중돼 투기성이 짙어진 코스닥 시장에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되도록 정부가 관련 제도를 손질할 방침이다. 또 코스닥 시장에 부실한 기업을 신속하게 퇴출시키고, 상장 기업 수를 늘려 벤처·혁신 기업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의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을 내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기관 자금이 코스닥 시장에도 흐를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 ‘투기장’이라는 오명을 벗기고, 혁신 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코스닥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마련한 것은 코스닥 시장이 모험자본 생태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장 기업 수와 시가총액 등 외형은 커졌지만, 투자 신뢰가 저하되면서 지수는 1996년 출범 당시보다 낮은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역대 정부가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수는 반짝 상승하다 정책 효과가 떨어지면 주저앉는 흐름이 반복됐다. 이를 인식한듯 금융위는 “이번 대책은 코스닥 시장의 신뢰와 혁신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수를 직접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이 아니라 신뢰를 높이고 혁신을 불어넣어 지수가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우선 연기금과 코스닥벤처펀드 등 기관 자금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인센티브와 기금운용평가 기준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기금운용 평가시 현재는 코스피 지수만 명시된 기준수익률에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반영해 연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 코스닥 투자도 고려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성과 평가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3000만원인 코스닥벤처펀드의 세제 혜택 한도를 확대하고, 새로 도입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세제 혜택 신설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코스닥 시장을 ‘다산다사’ 구조로 만들어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더 많이 진입하고, 부실 기업은 신속하게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지금은 바이오 업종만 대상인 기술특례 상장 기준을 인공지능(AI)·우주산업·에너지(ESS·신재생에너지) 등으로 확대해 핵심 기술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가 직접 기술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판단해 상장 심사할 수 있도록 분야별 ‘기술 자문역’ 제도도 도입된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이 ‘좀비기업화’되는 사례에 대한 예방 조치도 마련됐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 상장폐지 면제 유예기간(5년) 동안 상장심사를 받은 기술과 무관한 사업으로 주된사업을 변경하는 경우 상장폐지 심사 사유로 추가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의 독립성·자율성도 한층 높아질 예정이다. 금융위는 코스닥시장위원의 경력·전문성 요건을 신설하고, 코스닥본부의 경영평가는 다른 본부와 별도로 독립평가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코스닥본부의 조직·인력 진단해 결과에 따라 조직·인력을 확충하고 재배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