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나서면서 투자자 자금이 코스닥으로 유입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에 관련 대형주가 숨 고르기에 들어선 가운데 자금이 코스닥 테마주로 이동하고, 새내기주 강세까지 더해지며 코스닥 전반의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12월1~19일)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1조395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8월 이후 최대치다.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8월 5조334억원에서 9월 7조6913억원, 10월 8조8847억원, 11월 9조4794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코스피 거래대금은 10월 18조838억원 고점을 기록한 후 이달 14조원대로 줄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 신용거래에도 적극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1397억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이자를 내고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주가 상승 기대가 클수록 잔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루 이용 시에도 연 5%를 넘는 금리가 적용돼 개인투자자의 대표적 ‘빚투’ 지표로 꼽힌다.

개인투자자 자금이 코스닥 시장으로 몰린 배경에는 정부의 ‘코스닥 살리기’ 정책 기대감이 자리한다. 정부는 19일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기관 자금 유입 확대를 위해 연기금 투자 성과 평가 지표를 개선하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세제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강세의 핵심 동력은 정책 모멘텀”이라며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조성된 대규모 정책 자금이 벤처·첨단 산업을 거쳐 코스닥 성장 업종으로 유입되면서 실적 가시성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코스닥 지수가 최대 11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 대형주가 AI 거품론에 주춤하자,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코스닥시장을 택한 영향도 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로봇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관련 종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비만 치료제가 내년 주도주로 부각되면서 바이오 업종 비중이 큰 코스닥의 투자심리도 개선됐다.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13.94포인트(1.55%)상승한 915.2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여기에 코스닥 새내기주들이 ‘따블’ 랠리를 이어가며 투자심리에 힘을 보탰다. 이달 19일까지 코스닥시장에는 스팩(SPAC)을 제외하고 총 8개 종목이 신규 상장했는데, 이 가운데 7개 종목이 상장 첫날 장중 공모가 대비 두 배를 웃도는 ‘따블’에 성공했다. 지난 4일 상장한 에임드바이오와 전날 상장한 알지노믹스는 상장일에 각각 공모가 대비 300% 오른 데 이어, 이튿날에도 상한가로 거래를 마치며 공모주 랠리를 이어갔다.

수급 역시 새내기주로 쏠렸다. 이달 들어(12월 1~19일)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에는 새내기주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일 상장한 에임드바이오는 순매수액 1894억원으로 순매수 2위에 올랐고, 지투지바이오는 순매수액 1190억원을 기록해 3위를 차지했다. 이어 테라뷰(842억원)와 페스카로(821억원)가 각각 7위, 8위를 기록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알테오젠의 이전 상장 소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 상장으로 KOSDAQ150 지수에서 대장주의 이탈이 발생하면, 이를 추종하던 패시브 자금이 다른 종목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한 로봇과 제약·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