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 모습. /고려아연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9일 17시 3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및 미 정부를 상대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논란이 결국 법정으로 갔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회장 측과 분쟁 중인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다.

양측은 19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신주 발행의 필요성 및 정당성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투자 유치가 미 정부의 필요성에 의해 이뤄진 것이며 미 정부에서 먼저 제안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주명부 폐쇄 전에 신주 인수 대금 납입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도 미 정부의 요청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최 회장 한 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제3자배정 유증을 택했다고 맞섰다.

◇ 11조 中 10조 대는 미국... 영풍 “실질은 崔 백기사 끌어들이기”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이날 오전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열었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대규모 제련소를 짓는 안을 의결했다. 사업 비용은 총 10조9480억원이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과 미 정부 및 현지 기업들은 2조8500억원 규모의 크루서블 조인트벤처(Crucible JV)를 설립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상법상 상호출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JV 지분을 9.9%까지만 보유한다. 미 정부는 2조원을 출자해 JV 지분을 40.1% 확보한다.

고려아연은 이 JV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형태로 JV로부터 돈을 얻는다. 상호 간에 지분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JV는 나머지 투자금 약 8조원을 차입 및 증자 등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미 정부는 JV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간접 보유하게 된다.

양측이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이번 3자배정 유증이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 확보인지, 아니면 경영상 필요에 의한 투자 유치인지 여부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이 이번 신주 발행을 사업적 측면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질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즉 최 회장이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미 정부를 백기사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영풍 측 변호인은 이날 심문기일에서 “미 정부가 직접 사업법인에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원하는 방식 등이 상식적인데, 이번 투자 구조는 이례적이고 기형적”이라며 “현 상황에서 백기사가 필요한 사람(최 회장)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이번 신주 발행의 목적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미 정부의 이번 지분 투자는 애초에 미 정부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맞섰다. 일회성 투자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주가 돼서 장기적으로 사업적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 공장 설립 계획 확정 전인데, 왜 벌써 납입?... 고려아연 “美측이 내년 이사 1명 선임 원해”

양측은 먼저 ‘이번 딜을 정말 미 정부가 먼저 제안한 게 맞는지’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 변호인은 미 정부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로 법원에 에쿼티 텀시트(term sheet·핵심 거래 조건을 요약한 문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분 투자 조건을 제안한 내용 및 이에 대한 답변 등 협상 경위가 모두 텀시트에 담겨있는 만큼, 누가 먼저 제안했고 어떤 결론이 났는지 등을 모두 입증할 수 있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영풍 측 변호인은 “텀시트를 제출한다고 하니 그 안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관한 내용 등이 있는지 봐야겠지만, 텀시트 작성 전에 먼저 최 회장이 미 정부에 3자배정 유증을 구두로 요청했는지 여부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풍 측은 기본적으로 미 정부가 제3자배정 유증을 먼저 요청했을 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과 영풍-MBK는 신주 인수 대금 납입일이 오는 26일로 급박하게 정해진 것을 두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제련소 설립 계획을 확정하기도 전에 신주 발행을 너무 서두르고 있는데, 인수대금 납입이 올해 12월 31일(주주명부 폐쇄 기준일) 전에 이뤄져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최 회장 측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 정부를 우호 주주로 끌어들이기 위해 납입일을 급하게 잡는 ‘꼼수’를 썼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주주명부 폐쇄 전에 미 정부를 주주로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납입일을 26일로 잡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맞는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미 정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고려아연 측 변호인은 “고려아연은 2029년까지 공장을 완공하고 2030년에 시운전을 개시하겠다고 했는데, 미 정부에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 등을 모두 지원하겠다며 완공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해 결국 전체적인 일정이 1년 빨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가 ‘그렇게 하려면 당장 돈이 들어가야 하다 보니 바로 이사 선임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결국 내년과 내후년(2027년) 정기주총에서 이사를 한 명씩 선임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측에서 11조원 중 10조원을 투자하면서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사 한 명도 선임하지 못하고 2027년으로 넘어가는 건 불합리하다는 식으로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풍 측 변호인은 “내년 3월에는 일단 현재 지분 구조대로 주주총회를 하고 이사진이 구성되면 2027년 주총에서 다시 논의하면 될 일”이라며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듯 추진하는 건, 내년 3월 주총에서 영풍 측 이사들이 추가로 선임될 시 자기들(최 회장 측) 마음대로 제3자배정 유증을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추진했다면 고려아연에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미 정부와 협력할 수 있었을 텐데,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 컸기 때문에 급하게 추진하며 큰 리스크를 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딜에서 고려아연은 현지 사업 법인의 23억5000만달러(약 3조4700억원) 규모 대출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기로 했다. 이 점에서 고려아연 측이 불리한 조건을 감수했다는 게 영풍-MBK 측 주장이다.

◇ 3자배정 유증, 꼭 필요했나?... 빠르면 22일 결론

고려아연이 꼭 제3자배정 유증을 했어야 하는지도 관건이다. 상법 제418조 2항은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이 있을 때만 제3자배정 유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풍 측 변호인은 “현 시점에 자금 수요도 별로 없고 내년도 마찬가지인데, 12월에 갑자기 유증을 실시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납입일을 3영업일만 늦춰도 배당금 442억원의 불필요한 유출을 막을 수 있는데,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 구성을 바꾸려면 442억원은 날려도 좋다는 뜻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 측은 제3자배정이 막히면 미국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주주배정 증자도 가능하고 회사채를 사겠다는 투자자도 널린 상황에 지분 희석을 감수하고 3자배정 유증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주주배정 증자에는 한계가 있다고 반박한다. 고려아연 변호인은 “11조원을 조달하는데 주주배정 증자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제3자배정 증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일종의 ‘대체 불가성’인데, 고려아연은 이번에 미 정부를 주주로 맞으면서 공장 건설 인허가 및 원료 공급에 있어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양측은 오는 심문종결일인 오는 21일까지 답변서 및 증거를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결론은 빠르면 22일, 혹은 23일에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