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감사원. /뉴스1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6일 15시 4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공제회들이 감사원 지적 이후 대체투자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를 위한 관리·검증을 서두르고 있다. 공정가치평가를 위한 외부 기관을 잇따라 선정하며 자산 가치 산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일부 기관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에 공정가치 산정의 정확도를 높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최근 KIS자산평가와 대체투자 자산 공정가치평가 및 검증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대한소방공제회(나이스P&I), 경찰공제회(에프앤자산평가) 등도 최근 자산 평가를 위한 기관을 확정하고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다.

군인공제회는 국내외 PEF, 투자조합, 부동산·인프라 156개에 대한 공정가치평가 및 검증을 요구했다. 감사원과 국회 등에서 공정가치평가와 관련해 자료와 소명을 요구할 경우 논리적 근거와 대책 수립 등 외부 대응 지원 업무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최근 대체투자 상품 공정가치평가 및 사후 모니터링을 위한 외부 평가기관으로 나이스P&I를 선정했다. 건근공은 총 90개 펀드에 대한 평가를 맡겼다. 평가 대상 펀드의 총 규모는 1조8258억원 수준이다. 한국교직원공제회도 최근 국내외 188개 자산(기업금융, 인프라, 부동산)의 공정가치평가와 검증을 맡길 외부 기관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주요 출자자(LP)들이 공정가치평가 관리를 강화하는 이유는 감사원 지적 때문이다. 지난 5월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국내 9개 공제회가 보유한 대체투자 자산 1918건 중 외부평가를 거친 비율은 17.4%에 불과했다. 위탁운용사(GP)가 제출한 평가액을 검증 없이 그대로 반영하거나, 취득원가를 그대로 장부에 실어 실제 가치 변동을 반영하지 못한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특히 경찰공제회는 2023년 결산 기준 대체투자 자산 3조9989억원(121건)에 대해 한 번도 외부 평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공제회(2.0%)와 소방공제회(2.3%) 역시 외부 기관에 평가를 맡긴 자산이 극히 적었다. 감사원은 “대체투자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 비율이 낮을 뿐 아니라 평가 기준과 절차도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가치는 자산 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계산한 값이다. 공제회들은 대체투자 자산 대부분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매년 말 평가손익을 당기순이익에 반영하고 있다. 매도가능증권은 시장성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공무원연금공단 등 대형 연기금 3곳은 이미 대체투자 자산에 대해 매년 공정가치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 이후 주요 LP들이 공정가치평가와 관련된 규정을 고치고 외부 기관을 선정하는 등 관리·검증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공제회가 산정한 평가액과 PEF 운용사가 보고한 평가액 사이에 큰 차이가 나거나 오류가 반복될 경우, 향후 출자 심사에서 페널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