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변봉덕 회장이 1968년 청계천변에 중앙전자공업사를 설립한 후 50여년 만에 글로벌 스마트홈 분야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코맥스가 경동나비엔으로 매각된다. 오너 2세 변우석 대표가 전권을 잡은 뒤 적자 전환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린 회사가 오너 경영을 끝내고 매각되는 것이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회사 주식은 지난해 3월부터 거래 정지됐다. 2023 사업보고서에 대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 거절’을 받는 등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회사는 한국거래소에 경영개선계획을 제했고, 개선 기간을 받은 상태다.

변봉덕 코맥스 회장./조선비즈

코맥스는 변우석 대표(21.31%)와 변봉덕 회장(11.09%) 등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가 보유한 주식 752만여주를 경동나비엔에 120억원에 넘기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내년 2월 계약이 완료되면 경동나비엔이 회사 지분 47.34%를 가진 최대주주에 등극할 예정이다.

경동나비엔은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하는 것과 별도로 회사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새로 발행될 주식 2766만여주를 배정받고 200억원을 출자하겠다는 것이다. 유상증자 신주는 1주당 723원에 발행된다.

유상증자가 완료된 이후 경동나비엔은 회사 지분 80% 이상을 보유하게 된다. 경동나비엔은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로 50억원을 회사에 대여하기로 했는데, 이후 이 대여금도 주식으로 출자전환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동나비엔이 이후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된다. 다만 이와 관련해 회사는 “자진 상장폐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경동나비엔이 코맥스를 인수하면서 60년 가까이 이어진 오너 경영은 막을 내리게 됐다. 통신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한 변 회장은 전화교환기와 인터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도어폰을 출시하면서 전국에 판매조직을 구축했고, 도어락·월패드·CCTV 등 국내 스마트홈 시장에서 현재 3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코맥스는 해외로도 판로를 넓혀 12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변우석 코맥스 대표./조선비즈

하지만 아들인 변우석 대표가 회사를 물려받은 이후 경영난이 본격화됐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이탈리아에서 성악가로 활동하던 변 대표는 2006년 코맥스 경영에 참여한 뒤 2021년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회사를 진두지휘했다.

코맥스 사업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였다.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코맥스가 제품을 납품해 매출을 내는 구조인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회사 매출이 크게 줄었다. 회사는 2021년부터 적자 전환해 매년 수십억~수백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금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회사 주가도 급락했다. 2021년에는 1만원을 넘기도 했던 주가가 지난해 3월 거래 정지되기 직전에는 3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은 그나마도 거래 정지로 2년 가까이 돈이 묶여 있는 상태다.

경동나비엔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회사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인수 가격에 쏠렸다. 오너 일가는 경동나비엔에 1주당 1600원에 경영권을 넘겼다. 지난해 초 거래 정지되기 직전 가격(2885원)에서 크게 할인된 수준이다.

경동나비엔 측은 “코맥스 인수를 통해 기존 스마트홈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며 회사 정상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