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16일 10시 2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유일의 동복강선(구리·철 바이메탈 와이어) 생산 기업인 키스트론이 상장 당시 약속했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향후 승계 구도를 점쳐볼 수 있는 밑그림이 드러났다. 그룹 내 알짜 기업 중 하나인 키스트론을 딸이 소유한 지주사로 넘겨주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스트론홀딩스는 홍덕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키스트론 주식 106만6625주를 장외매수했다. 주당 단가는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4565원이며, 총 48억원 규모다. 키스트론홀딩스는 이번 거래로 지분 5.98%를 확보해 기존 지주사였던 키스와이어홀딩스의 지분율을 뛰어넘게 됐다.
이번 거래로 키스트론은 고려제강그룹의 지주사인 키스와이어홀딩스의 영향력을 벗어나 키스트론홀딩스의 지배하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그룹 내 알짜 회사 중 하나인 키스트론을 홍영철 고려제강그룹 회장의 딸 홍희연씨에게 승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고려제강그룹은 홍영철 회장의 아들인 홍석표 부회장을 필두로 승계를 위한 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홍석표 부회장은 이미 지주사인 키스와이어홀딩스 지분 절반을 확보했으며,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도 다량 확보하고 있다.
반면 키스트론홀딩스는 홍영철 회장의 딸인 홍희연씨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2대 주주는 홍영철 회장으로 나머지 40% 지분을 갖고 있다. 2023년 현물출자로 법인 전환됐으나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인 셈이다. 사명에는 ‘홀딩스’가 붙어 있으나, 그동안엔 존재감이 미미했고 키스트론으로 인해 사실상 첫 계열사를 품게 됐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키스트론이 고려제강그룹에서 독립해 딸에게 승계되는 수순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키스트론의 주주 구성을 보면 여전히 홍영철 회장과 홍석표 부회장이 각각 지분 20% 이상을 확보하면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홍희연씨가 키스트론을 완전히 승계받으려면 홍영철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키스트론이 지난 6월 상장하면서 한국거래소에 약속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로부터 시작됐다. 홍덕산업과 고려제강은 키스트론 지분을 각각 23.89%, 6.53% 보유했으며, 키스트론도 고려제강 지분 13.21%를 들고 있었다. 고려제강 또한 홍덕산업 지분 32.04%를 보유해 거미줄처럼 얽힌 지분 구조를 갖고 있었다.
고려제강그룹은 키스트론의 IPO를 계기로 순환출자 해소 작업에 착수했다. 홍덕산업이 보유했던 키스트론 주식 316만7130주 중 103만3880주와 고려제강이 보유했던 키스트론 주식 86만6120주는 구주매출로 처분했다. 키스트론이 보유 중인 홍덕산업과 고려제강 주식도 단계적으로 처분해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홍덕산업에 남은 주식 213만3250주는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는 6개월, 12개월 뒤 처분을 예고했다. 키스트론홀딩스가 이번에 확보한 지분은 의무보유 기간이 6개월이었던 물량이다.
키스트론과 고려제강그룹의 지배구조는 남아 있는 홍덕산업 지분의 처분과 주식 증여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아들과 딸에게 각각 고려제강그룹, 키스트론을 승계하는 방안이 확정되더라도 현재 지분 구조상 분쟁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빠의 그룹 지배력이 월등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콜마그룹은 아들과 딸에게 각각 콜마홀딩스와 콜마비앤에이치를 승계하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며 현재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