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이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 부문의 가격 강세로 내년도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고 17일 분석했다. 그러면서 투자 의견 ‘매수(Buy)’를 유지하고 목표 주가를 기존 14만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전 거래일 삼성전자 종가는 10만2800원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스1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 폭이 예상보다 크다”며 당초 실적 전망치를 상향했다. 김 연구원은 디램(DRAM)의 블렌디드 평균 판매 가격(ASP) 상승 폭은 31%, 낸드(NAND)는 18% 상향될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93조원, 영업이익은 182% 증가한 18조3000억원으로 올려잡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버 중심의 주문 상승으로 메모리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97% 증가한 15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DRAM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봤으며, NAND 부문도 영업이익률이 2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비메모리 부문은 전 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주요 거래선들의 시스템온칩(SoC·여러 기능을 하나의 칩에 담은 반도체) 공급 증가로 가동률은 회복되겠지만, 불안정한 수율로 인해 실적 개선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문별로는 모바일경험(MX) 부문의 실적이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과 제품 믹스 때문에 기존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봤다. 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VD/DA) 부문도 수요 둔화와 관세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2026년에도 메모리 부문의 가격 강세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반 서버용 DRAM 수요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 사용량 증가와 교체 주기 도래로 중장기 가시성이 확보됐다”며 “이에 따른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상향 여력도 아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주요 DRAM 3사 가운데 DRAM 생산능력(CAPA)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어, 공급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실적 상향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매출액 증가세도 가파르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주문형 반도체(ASIC)용 HBM 수요가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내년도 HBM 매출액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내년도 매출액은 438조원, 영업이익은 113조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각각 32%, 169% 증가한 수치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실적 개선 전망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2026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7.6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에 그쳐 여전히 저평가 영역에 있다며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