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평균이 1470원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미 달러화 대비 원화(원·달러) 환율이 1480원에 육박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일주일 만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결제한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2억2828만 달러(3373억원)로 집계됐다. 한 주 전 순매수액 10억786만 달러(1조4893억원)와 비교해 77.4% 감소한 수치다. 2주 전인 13억6996만달러(약 2조244억원)와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상승으로 환전 부담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68.8원에서 1473.7원으로 4.9원 올랐다. 특히 16일에는 주간 종가가 1477원까지 치솟아 1480원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지난 14일 일요일에 긴급 외환시장 점검 회의를 열기도 했지만,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시장 일각에서 “한국은행의 유동성 조절 실패로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한은이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한은은 최근 유동성 증가 폭이 과거 기준금리 인하기와 비교해 크지 않고,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3월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 통화량(M2 기준) 누적 증가율이 주요국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환율의 경우 유동성 상황보다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확대, 수출 기업의 외화 보유 성향 강화 등 외환 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ETF(상장지수펀드) 등 수익 증권을 제외하는 M2 새 집계 방식을 적용해 10월 M2 증가율을 8.7%에서 5.4%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본(1.5%), 유럽(2.4%), 미국(4.2%)보다는 상당 폭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