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닥 시장 정상화’ 기조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래픽=정서희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실질 심사를 통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코스닥 상장사는 총 23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12곳) 대비 약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연도별 실질 심사 상장폐지 기업 수는 2021년 4개, 2022년 5개, 2023년 6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중 실제 상장폐지가 이뤄진 기업은 14곳이며, 나머지는 법원 판결 등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실제 상장폐지 기업 수는 10곳이었다.

코스닥 상장폐지는 형식적 요건과 실질 심사로 구분된다. 형식적 상장폐지는 최종 부도, 시가총액 40억원 미달, 자본 전액 잠식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즉시 퇴출되는 제도다.

반면 실질 심사는 횡령·배임 발생, 주된 영업 정지, 감사의견 비적정 등 사유로 거래소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영 건전성을 종합 판단해 상장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 형식적 요건을 교묘히 피하는 부실 기업을 걸러내기 위해 도입됐다.

올해 상장폐지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금융 당국의 상장폐지 요건 강화가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코스닥 상장 유지 요건 중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대폭 효율화했다.

이에 따라 실질 심사는 기존 3심제와 개선 기간 2년에서 2심제와 1년 6개월로 축소됐다. 기업의 개선 계획에도 더 구체적인 근거를 요구하며 상장 유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닥 정상화’ 정책도 퇴출 속도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코스닥 시장 정상화는 중요한 과제”라며 “우량주와 혁신·벤처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수십 년간 저가 주식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시장 신뢰가 떨어졌다”고 강조하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코스닥 시장의 전체 상장폐지 기업 수도 느는 추세다. 한국거래소 KIND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 수는 2023년 37개, 2024년 48개, 2025년에는 60개로 증가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한 수치는 2023년 15개, 2024년 25개, 올해 23개다.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 강화는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금융위가 손질한 상장 유지 요건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이 본격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시가총액 40억원 이상이면서 상장 유지가 가능했다면, 2026년부터는 150억원, 2027년 200억원, 2028년도 300억원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027년부터는 유보됐던 매출액 요건도 적용된다. 시총 600억원 이하인 코스닥 상장사는 2027년도 50억원, 2028년도 75억원, 2029년도 100억원의 매출액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