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15일 신청했다. 유상증자의 목적이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이 아닌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 배정이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통해 미국 제련소 공장과 관련된 안건을 의결했다. 미국 정부·기업과 10조9000억원을 투자해 합작 법인을 세우고 테네시주에 제련소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자금 조달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미 국방부와 상무부, 기업 등이 참여한다. 유상증자가 끝나면 합작 법인은 고려아연 지분 10%를 확보하는 구조다.
다만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 회장 측과 분쟁을 겪는 영풍·MBK는 이번 증자 구조가 기존 경영진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가처분신청서에서 상법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 인정하고 있으며, 경영권 분쟁 중일 때는 특정 경영진에게 유리한 지분을 제공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특정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주주의 권리와 회사의 지배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신주 발행 과정의 절차적 하자도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일시를 지난 15일 월요일 오전 7시 반으로 정해놓고, 12일 금요일 오후 5시가 넘어 소집 통보하면서 이사회 구성원에게 핵심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회사의 지배구조와 중장기 재무구조 및 투자계획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다루면서도 이사회 구성원들이 내용을 검토할 시간과 정보 제공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영풍·MBK는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을 주주 배정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미 회사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명확히 전달했다”며 “회사가 실제로 자금조달을 필요로 했다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인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했어야 한다”고 했다.
또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영풍·MBK파트너스는 법과 시장의 원칙에 따라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고려아연의 지배구조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