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에서 로봇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는 HL만도에 대한 증권사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확대와 함께 HL만도가 로봇 액추에이터 분야 선두주자로 부상할 것이란 낙관론이 제기되는 한편, 아직 구체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수주 실적이 없고 장기적으로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지난 12일 HL만도의 목표주가를 6만3000~6만7000원 구간으로 상향 조정했다. HL만도가 4년 만에 CEO 인베스터데이(CID)를 개최하고 올해 로봇 액추에이터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히면서 증권사들의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HL만도는 최근 주가 상승을 견인한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사업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했다. 2035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를 53조원, 액추에이터 시장을 23조원으로 전망하며, 자사는 액추에이터 시장 점유율 약 10%에 달하는 2조3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7~2028년 북미 중심의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2029년 이후에는 대량 양산과 시장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HL만도는 검증된 내구성과 소싱 능력, 북미 현지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시스템 수주에 자신감을 보였다”며 “향후 휴머노이드 대량 생산 시점에서는 북미 공급망 관리 능력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춘 시스템 부품사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세대 부품 매출 비중 확대로 인한 믹스 개선에 더해 휴머노이드 액츄에이터 사업의 구체적인 로드맵 발표를 고려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기존 10%에서 15%로 상향했다”고 했다.
다만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은 HL만도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직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대량 양산 수주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시장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한 점을 주요 우려 요인으로 지목했다.
최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와는 달리 로봇 액츄에이터 관련 신규 수주는 없었고 제시한 매출 목표도 시장 예상치보다 낮았다”며 “아직 개발 중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감이 지나치게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분석했다. HL만도 주가는 로봇 사업 진출 기대감으로 지난 한 달간(11월12일~12월12일) 40.72% 급등했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력도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HL만도는 이미 중국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며 “휴머노이드 부품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이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