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6개월간 국내 상장 반도체 ETF 중에서는 ‘PLUS 글로벌HBM반도체’ ETF가 112% 넘는 수익률로 가장 높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 반도체 ETF 수익률 순위. /한화자산운용 제공

10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최근 6개월(6월 10일~12월 10일) 동안 국내 상장된 반도체 ETF 43개에는 2조3267억원의 순자금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순자산 규모도 7조2577억원에서 14조3112억원으로 약 두 배로 커졌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건 ‘PLUS 글로벌HBM반도체’ ETF다. 최근 6개월 기준 수익률은 112.49%다. 2위 ‘IBKITFK-AI반도체코어테크’ ETF(92.98%)와 2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3위는 ‘NH-AmundiHANARO FnK-반도체’ ETF(92.51%), 4위는 ‘삼성KODEXAI반도체’ ETF(88.53%), 5위는 ‘우리WON반도체밸류체인액티브’ ETF(87.71%)가 차지했다. 레버리지 ETF는 제외한 순위다.

수익률 차이는 편입 종목 구성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상위 5개 ETF 중 해외 반도체 기업을 담고 있는 상품은 ‘PLUS 글로벌HBM반도체’ ETF가 유일하다. 이 ETF는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를 25% 넘게 편입하고 있는데, 마이크론 주가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D램 수요 폭증으로 8월 중순 100달러 안팎에서 이달 10일 263달러로 급등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기존 반도체 ETF들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포함해 밸류체인 전반에 분산 투자하는 것과 달리, 이 상품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제조 3사에 80% 가까이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공급 부족과 AI 서버 수요가 가격 반등을 이끌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은 지난 11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미국 CSP(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탄탄한 투자 여력 및 공급업체들의 보수적인 증설 기조에 힘입어 AI 및 반도체 업사이클이 2027년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실적 발표회에서 “현재 반도체 수요는 AI 패러다임 전환에 기반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으로 전에 없던 응용처로 확대되고 있다”며 “AI가 학습 단계에서 추론 단계로 넘어가면서 연산 부담을 보조하는 일반 서버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반도체 가격은 최근 큰 폭으로 상승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D램 평균 판매 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8~13% 상승하며 견조한 오름세를 이어갔다. 고수익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매출 비율이 전체 D램의 30%를 넘어서며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