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밸류업 공시)’ 시행 이후 증권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미흡한 주주 환원과 낮은 자본 효율성, 금융 규제 등으로 대표적인 저(低)PBR주로 꼽혔던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것으로 보인다.
PBR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증권사 키움증권·메리츠금융지주·DB증권·유안타증권 등 9개사는 밸류업 공시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PBR이 크게 상승했다. 밸류업 공시를 낸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평균 PBR은 0.88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지 않는 증권사들 평균 PBR 0.58보다 높다.
밸류업 공시를 가장 많이 낸 메리츠금융지주의 PBR은 이달 2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1.77이었던 메리츠금융지주 PBR은 올해 3분기 PBR은 1.88로 상승했고 이달은 2.1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PBR이 0.64였던 키움증권 PBR도 올해 3분기 1.1로 올랐고 현재는 PBR 1.15를 가리키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3월 발표한 주기적 공시에서 ▲ROE 17.6% 달성 ▲7500원 수준의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35만주 취득 소각 등 밸류업 목표 이행 내역을 공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의 PBR은 지난해 3분기 0.44에서 올해 3분기 말 0.98로 2배 이상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6월 기준 ROE 8.5%와 주주환원성향 40%, 자사주 2750만주 소각 등을 달성했다.
이외 밸류업 공시를 한 6개 증권사의 PBR도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0.43→0.73)와 NH투자증권(0.61→0.8), 대신증권(0.35→0.52) 등 다른 증권사들 역시 마찬가지 추세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PBR이 많이 올라가고 있다”며 “증권업은 주식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디스카운트 요인이 컸는데,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런 요인이 해소되면서 앞으로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밸류업 공시는 상장사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제대로 된 기업 평가와 투자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상장사는 사업 현황과 PBR·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재무 지표와 기업가치 제고 목표를 공시를 통해 알린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PBR 1배를 상회하는 경우가 드물어 대표적인 ‘저PBR’ 종목으로 꼽혀왔다. 그런데 밸류업 공시를 시행하면서 증권사들은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율을 높여 왔다.
증권 업계에서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면서 실제 기업 재평가가 이뤄지고 주가 상승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학회장을 지낸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 섹터가 금융주”라며 “특히 증권사의 경우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면서 디스카운트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조진우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기업밸류업지원부 팀장은 공시라는 소통 수단을 통해 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평가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조 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전반적인 재평가가 이뤄졌다”며 “특히 밸류업 공시에 선제적으로 나섰던 금융지주 회사들 같은 경우는 PBR이 많이 상승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