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10조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논의 중인 가운데,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미국 남동부에 울산 온산제련소 수준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설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 제련소는 고려아연과 미국 국방부·상무부·방산기업 등이 출자하는 합작법인(JV)을 통해 추진된다. 총 10조원으로 추산되는 금액 중 미국 측이 약 2조~3조원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현지 제련소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닌 고려아연의 신주를 인수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구조다.

영풍·MBK 측은 미국 측의 투자 대상이 제련소 JV가 아닌 고려아연 본사 지분(약 10%)이라는 점을 들어 “정상적 사업이라면 프로젝트 법인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10조원 투자·리스크를 부담하면서 미국 측에 ‘알짜 지분’을 넘기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취지다. 또 영풍은 수년이 걸리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당장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하며 자금을 조달할 경영상 필요가 없다면서 이 같은 결정이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우회 출자’ 전례가 드물다며 투자 자금 실체 공개를 요구했다. 미국 정부 기관이 해외 민간 기업에 대해 합작법인을 통한 ‘우회 출자’ 방식을 택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울러 울산 제련소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짓게 되면 국내 제련산업 공동화는 물론 핵심 기술 유출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증 성사 시 영풍·MBK 지분(44%)은 40% 안팎으로 희석되지만, 최윤범 회장 측(우호지분 포함 32%)은 미국 JV(10%) 지분을 끌어들여 영풍·MBK 연합과 대등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풍·MBK 측은 “프로젝트가 아닌 본사 지분을 노리는 투자는 ‘경영상 필요’가 아닌 ‘경영권 방어’가 목적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가 외부에 알려진 대로 안건을 결의할 경우 영풍과 MBK 측은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