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가 3~6개월로 짧은 단기 예금의 금리가 만기 2년 예금 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금 상품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도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주식·부동산 등 투자 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장기 예금 수요가 떨어진 영향이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정기예금 금리는 기본 금리 기준으로 만기 3개월이 2.26%, 6개월 2.4%, 2년은 1.9%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뉴스1

신한은행의 쏠편한정기예금은 만기 3개월이 2.00~2.6%, 만기 6개월이 2.00~2.75%였으나, 만기 2년은 2.10~2.40%로 최고금리가 단기예금보다 낮았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도 만기 3개월이 2.65%, 만기 6개월이 2.80%, 만기 2년이 2.40%다.

이런 현상은 은행의 예금 잔액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만기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월 말 402조3517억원에서 9월 말 426조7042억원으로 24조3525억원(약 6.05%) 늘었다. 반면 만기 2년 이상 3년 이하 정기예금 잔액은 같은 기간 26조2511억원에서 23조4107억원으로 2조8404억원(약 10%) 감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예금보다 수익성이 좋은 투자 선택지가 늘면서 ‘장기예금보다 빚투(빚으로 투자)가 낫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40조7582억원으로 약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채 금리가 너무 올라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엔 이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연말에는 각종 예·적금 상품 만기가 도래하면서 돈이 빠지기 때문에 은행들이 단기예금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 12일 기준 3.603%다. 지난 11일 연중 최고치인 3.618%에서 소폭 내려왔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