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에 이어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가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연말 상승장이 이어질 경우 코스피 대형주들의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 대비 5.52%(5만3000원) 하락한 90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매수시 위탁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하고, 신용융자 매수도 불가능해진다. 지정 후로도 주가가 급등하면 거래가 아예 정지될 위험성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2일 오후 8시 거래소로부터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는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2026년 미국 증시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급등한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SK하이닉스가 11일부터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이 연이어 경고를 받는 상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정 사유도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초장기상승 불건전 요건’에 해당한다.
이 요건은 지정일 종가가 1년 전 종가보다 200% 이상 상승하고, 최근 15거래일 종가 중 최고가이며, 최근 15거래일 동안 시세 영향력을 고려한 매수 관여율 상위 10개 계좌의 관여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날이 4일 이상인 경우 등이다. 이는 2023년 ‘라덕연 사태’로 알려진 중소형주 장기 시세조종 사건 이후 도입된 제도다.
올해 국내 증시가 급등하며 대형주들의 주가 상승폭이 커지면서 이 요건에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의 경우 급등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현대로템, 두산에너빌리티 등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거래소는 SK하이닉스 지정 후 투자자 반발이 거세지자 즉각 대응했다. 거래소는 “투자경고종목 지정 요건을 단순 수익률이 아닌 주가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 기준으로 변경하고, 시가총액 상위종목 제외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도 개선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규정 개정에는 내부 절차와 외부 의견 수렴, 금융위원회 인가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제도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종목들의 해제에도 최소 10거래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시에 따르면 투자경고종목 해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날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오는 2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9일이다.
또 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된 종목들이 해제되기 위해서는 이 기업들의 주가가 앞으로 덜 올라야만 한다. 해제 여부를 판단하는 날의 종가가 ▲5거래일 전 종가보다 45% 이상 상승하지 않았고 ▲15일 거래일 전 종가보다 75% 이상 오르지 않아야 하며 ▲최근 15일 종가 중 최고가가 아니어야 투자경고종목에서 해제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제도의 취지는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면 투자자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시가총액 407조원, 47조원 규모의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는 건 적절하지 않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케이스는 76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0건) 대비 90%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