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을 생산하는 세아베스틸지주가 철강주에서 우주·항공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지주가 생산하는 특수강이 로켓·위성을 만들거나 원전을 짓는 데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하며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세아베스틸지주는 특수강을 생산하는 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세아항공방산소재의 순수지주회사다.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철강 시장에 쏟아지는 값싼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지 않는 데다, 미·중 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세아창원특수강이 미국 텍사스에 짓고 있는 특수합금 공장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스’(SST)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주요 수요처로 추정되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조만간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세아베스틸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달 들어 세아베스틸지주 주가는 급등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2만8000원 수준이던 주가가 12일에는 4만5000원 근처까지 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아베스틸지주는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무거운 철강주’였다. 지난 10년 동안 세아베스틸지주 주가는 2만~3만원대 구간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국내 증시가 급등했던 2011년 주가가 6만원을 넘기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그런데 올해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4월 주가가 1만5000원 아래로 내려갔다가 가파르게 반등하더니 이달 급등하며 4만원을 넘었다. 이에 따라 세아베스틸 주가와 ‘KRX철강 지수’ 간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올해 들어 KRX철강 지수는 49% 올랐지만, 같은 기간 세아베스틸지주 주가는 126% 급등했다.
최근의 주가 급등세는 SST의 주요 고객사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라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 컸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SST의 특수강 생산량은 6000t 규모다. 통상적인 철강 생산량으로 보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우주·항공 분야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특수합금 물량이고, 이를 공급하게 될 경우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투자자들은 세아베스틸지주가 생산하는 제품이 자동차·건설중장비·산업기계 등 일반 산업재가 아니라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하는 우주·항공 분야에 활용된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가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중국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 세아베스틸지주의 전략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지주 관계자는 “공급 과잉 등 철강업의 비우호적인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소재를 생산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텍사스에 SST를 세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텍사스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 탐사 업체 블루오리진 등 우주·항공·방산 전문 업체가 대거 모여있다. 최고 품질의 철강을 사용하는 이들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SST를 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철강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미국 현지 우주·방산 업체와 네트워킹,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라며 “SST 법인 C-레벨 인사 대부분은 미국인으로 구성됐다”라고 설명했다.
세아베스틸지주는 국내에서도 고부가가치 철강 수요가 많은 한국항공우주(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함께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