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11일 17시 1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밀라노 펀드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벨기에 펀드의 전액 손실이 확정된 데 이어 룩셈부르크·뉴욕 펀드까지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몰리자, 비교적 양호한 밀라노 자산이라도 건지려는 모양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투리얼에셋은 밀라노 펀드의 기초자산인 피렐리 연구개발(R&D) 센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목표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2022년 현지 운용사와 함께 매각을 시도했지만 유럽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수자를 찾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한투리얼에셋은 최근 자산 가치 하락과 임차인 리스크를 고려해 피렐리와 임대차 수정 계약을 논의 중이다. 중도해지 옵션을 삭제하고 임대 기간을 연장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신 일부 임대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피렐리 본사의 내부 검토가 길어지면서 임대차 계약 변경은 당장 결과가 나오진 않을 전망이다.
밀라노 펀드는 2019년 피렐리 센터에 투자한 공모형 해외 부동산 상품이다.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546억원을 모집했고, 대출금 5280만유로(당시 약 750억원)를 더해 총 8800만유로(약 1250억원)에 자산을 매입했다. 매입가가 감정가(9050만유로)보다 낮아 당시 ‘성공적 투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4%대까지 끌어올리며 상황이 급변했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져 자산 가격도 떨어지게 된다. 현지 감정평가법인은 지난 9월 해당 건물의 가치를 8670만유로로 산정했다. 매입가를 밑도는 수준이다.
매각 지연으로 자산 가치 하락뿐 아니라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 1년 누적 수익률은 0.52%로, 벨기에·룩셈부르크·뉴욕 등 다른 해외 부동산 펀드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투자자 불안은 여전하다. 대출 만기 연장 과정에서 ‘캐시트랩(Cash Trap)’ 조건이 붙으면서 분배금 지급이 유보됐기 때문이다. 캐시트랩은 은행 등 대주단이 대출원리금 상환을 우선하기 위해 현금을 통제해 자산을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가 현지에서 확보한 재원은 환헤지 정산금과 임대차 계약 수정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며 “자산 가치를 올리기 위해 시설 투자를 추진 중인데, 현금 재원 확보가 필요해 분배 재원은 전액 유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투리얼에셋의 뉴욕 펀드는 EOD 위기에 직면했다. 만기 대응을 위한 자산 매각과 공동투자자 조율이 모두 실패하면서다. 그나마 대주단과 담보권 행사 유예 계약을 체결하면서 약 2개월의 시간을 벌었다. 담보권 유예 만료일은 내년 1월 30일이다. 이 기간 내에 만기 연장이나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담보권이 행사된다. 후순위인 공모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