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선행지표로 꼽히는 대차거래 잔액이 다시 늘고 있다.최근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대차잔고가 쌓였지만,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쳐 본격적인 하락 베팅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러스트=정다운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117조8266억원으로, 지난달 1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올해 9월 이후 100조원대를 유지하던 대차잔액은 지난달 3일 125조6193억원까지 치솟았던 바 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려주는 행위로, 빌린 주식을 판 뒤 나중에 싸게 되사서 갚는 공매도의 전제 조건이다.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된 국내 시장에서는 대차잔고를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실제 공매도 거래대금도 이달 6715억원에서 8190억원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코스피가 3800선까지 밀리며 대차잔액이 3주 만에 15조원 넘게 빠졌던 것과 달리,12월 들어 지수가 5.81% 반등하며 4000선을 회복하자 대차잔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가 대차거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차거래 잔액 1위에는 삼성전자(12조4100억원), 2위에는 SK하이닉스(11조1100억원), 6위에는 한미반도체(1조7000억원)가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8.96%, 8.87% 상승해 코스피지수 상승률(5.81%)을 웃돌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차거래 잔액의 절대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락 베팅으로 간주하긴 어렵다고 조언한다. 실제 하락 베팅을 가늠하기 위해선 시가총액 대비 대차거래 잔액의 비중을 따져봐야 하는데 지난달 말 삼성전자의 비율은 1.8%에서 8일 1.9%로, SK하이닉스의 경우 2.3%에서 2.6%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대형주의 대차거래 잔액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같은 기간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도 함께 증가했다”며 “주가 하락을 노린 공매도 수요가 늘었다기보다는 헤지(hedge·위험회피) 목적의 거래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