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코로나 이후에도 적자와 자금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를 인수한 모회사들마저 ‘밑 빠진 독’에 돈을 붓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년째 적자가 쌓이는 LCC에 막대한 자금을 계속 넣다 보니 모회사 재무 상황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자부품 업체 디에이피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자회사 에어로케이홀딩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지난달 100억원에 이어 이번엔 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이다. 에어로케이홀딩스는 이 자금을 다시 자회사 에어로케이항공의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대명화학그룹이 코스닥 상장사 디에이피를 통해 인수한 에어로케이항공의 항공기 모습./에어로케이 제공

패션·화장품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대명화학그룹은 지난 2022년 계열사 디에이피를 통해 LCC 에어로케이항공을 인수했다. 당시 3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가 됐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에어로케이항공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디에이피가 유상증자를 통해 지원하는 자금과 별도로 400억원에 가까운 대여금도 내주고 있지만, 인수 당시보다 재무 상황은 더 악화됐다.

디에이피는 에어로케이 인수 전까진 연간 1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지만, 에어로케이항공을 인수한 이듬해 적자 전환했다. 디에이피 자기자본 규모는 2022년 말 1100억원에서 2024년 말 453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9월 말 기준으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디에이피 주가도 인수 전 4000~5000원대에서 현재 2000원 아래로 반토막 났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위닉스도 LCC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을 인수한 이후 자금 수혈이 이어지고 있다. 위닉스는 지난해, 회생절차 중이던 플라이강원 지분을 2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운영자금을 지원해 왔다.

지금까지 위닉스가 파라타항공에 빌려준 돈만 700억원에 이르는데, 지난달 기존 대여금을 유상증자 신주 취득 대금으로 출자전환했다. 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서였지만 실적 개선은 요원하다. 위닉스 주가 역시 계속 하락 중이다.

LCC 업황은 올해 크게 악화됐다.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과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겹치며,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 등 4개 상장사 모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LCC 업황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 모회사의 재무 구조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수영 한화증권 연구원은 “중·단거리 노선 수요는 줄었는데 공급은 늘어 경쟁이 심화됐다”며 “계절성 이슈에 환율까지 더해지면서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