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금리 인하 결정에 상승 출발한 국내 증시가 결국 하락 마감했다. 주가지수 선물·옵션, 개별 주식 선물·옵션 등 네 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인 ‘네 마녀의 날’ 영향으로 변동성이 커진 탓에 장 막판까지 낙폭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 오라클이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것도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38포인트(0.59%) 내린 4110.62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32포인트(0.68%) 오른 4163.32에 개장해 장중 4170.77까지 올랐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하락 전환했다.
코스닥지수 흐름도 유사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5.59포인트(0.60%) 오른 940.59에 시작해 장중 943.19까지 올랐으나 이후 방향성을 잡지 못하면서 전날보다 0.36포인트(0.04%) 내린 934.64로 장을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개인과 기관이 각각 1300억원, 1200억원 규모로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다. 외국인은 홀로 2600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750억원, 70억원 규모로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 대형주들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주가가 부진했다. SK하이닉스(-3.75%), SK스퀘어(-5.09%), 현대로템(-4.17%)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상이 됐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신용거래가 제한돼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오라클의 실적 부진 또한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간밤 오라클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발표한 데다 자본지출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주가는 시간외거래서 11% 넘게 급락했다. 또다시 인공지능(AI)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이날 삼성전자(-0.65%)와 한미반도체(-0.08%) 주가가 부진했다.
일본 엔화 강세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 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과 함께 19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전날 157엔에 근접했던 달러·엔 환율은 하락 반전하며 장중 155.5엔까지 내려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동북부 지진 경보 등 심리적 불안이 겹친 것 또한 우려를 확대했다”며 “다만 엔화 강세 우려가 시장에 선반영된 상황으로 충격적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엔화강세 우려는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혼조세였다. LG에너지솔루션(1.02%), 두산에너빌리티(0.65%), 삼성바이오로직스(0.24%) 등이 주가가 올랐다. 반면 현대차(-2.31%), HD현대중공업(-2.1%) 등은 전날보다 낮은 가격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전부 하락했다. 알테오젠(-0.66%), 에코프로비엠(-3.18%), 에이비엘바이오(-3.3%), 코오롱티슈진(-1.33%)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