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11일 17시 3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가 라인게임즈를 상대로 2000억원대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앵커가 주장하는 풋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앵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앵커가 라인게임즈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1심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 승소한 라인게임즈는 법무법인 광장이, 앵커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라인게임즈는 지난 2017년 라인 코퍼레이션이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현재는 라인야후(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 법인) 자회사 ‘Z Intermediate Global’가 지분 35.6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즉, ‘네이버·소프트뱅크→라인야후→Z Intermediate Global→라인게임즈’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앵커는 라인게임즈의 지분 21.42%를 보유한 2대주주다. 2018년 12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라인게임즈는 2022년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본격 추진했지만, 적자 행진을 이어가며 상장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라인게임즈의 2023년 영업손실은 394억원, 지난해 영업손실은 161억원이었다.
그러는 동안 앵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요원해졌고, 결국 앵커는 지난해 1월 라인게임즈를 상대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라인게임즈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원금 및 이자를 돌려받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앵커는 투자원금 1250억원에 위약 패널티를 적용한 이자를 가산해 총 2235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약 10%의 내부수익률(IRR)을 적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앵커가 주장한 라인게임즈의 ‘계약 위반’은 일종의 경업 금지 조항 위반이었다. 라인게임즈가 출시해 서비스 중인 게임과 라인게임즈의 관계사가 서비스하는 게임이 서로 유사해 경쟁 관계가 성립한다며, 이것이 라인게임즈 주주인 앵커에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반면 라인게임즈는 자사 게임과 관계사 게임 간 경쟁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코어게임(시스템이 복잡하며 높은 숙련도를 요하는 게임)이 아닌 캐주얼게임(규칙이 직관적이며 진입 장벽이 낮은 게임)이기 때문에, 라인게임즈 관계사가 경쟁작을 통해 라인게임즈에 피해를 입힌 게 아니라는 취지다.
결국 1심 재판부는 라인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라인게임즈가 계약을 위반한 게 아닌 만큼 앵커가 풋옵션을 청구할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라인게임즈는 2000억원 넘는 투자금을 지킬 수 있게 됐으나, 앵커가 항소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두 회사는 2심 재판에서 연장전을 치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