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이준상 상무가 3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삼정KPMG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12월 9일 10시 5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이른바 카브아웃(carve-out) 딜이 성행했다. 카브아웃은 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분할해 독립 법인으로 만들거나 떼어내서 매각하는 것을 뜻한다. SK엔펄스의 CMP패드 사업부 매각, LG화학의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 HS효성의 타이어코드 사업 매각이 카브아웃 딜로 분류된다.

카브아웃을 고려하는 기업은 사업부를 안전하게 분리하는 방법을 더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전략이 허술하면 거래 성사를 목전에 두고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삼정KPMG가 최근 카브아웃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것도 이런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카브아웃 TF는 사업부의 분할 전략 수립부터 분리 1일차의 운영 안정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삼정이 꾸린 별동대다.

조선비즈는 지난 3일 카브아웃 TF를 이끄는 이준상 삼정KPMG 상무를 만나 국내 카브아웃 딜의 특징과 실제 현장에서 드러나는 난제, 기업이 미리 점검해야 할 요소에 대해 물었다.

─삼정KPMG가 카브아웃 TF를 만든 배경은.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도 사업부 분할 및 양수도 딜이 많이 늘었는데, 현장에서 겪어보면 여전히 ‘분할 재무제표만 잘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인식이 강하더라. 그런데 실제로는 재무제표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이슈가 너무 많다. 인력·IT·계약·지식재산권(IP)·규제 인허가 등은 숫자로만 쪼갠다고 분리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카브아웃 메모·플랜(carve-out memo·plan)’이 사실상 표준 보고서로 자리잡았다. 매도자가 이 사업부를 어떻게 떼어낼 것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정리한 문서를 뜻한다. 분리 기준, TSA·스탠드얼론(분할 대상 사업의 독립 운영) 비용 등을 정리한 카브아웃 메모를 투자설명서(IM)와 함께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배포하는 게 당연한 문화다(TSA란 분할 또는 매각 이후에도 매수인이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매도인이 IT·재무·HR·운영 등 이전이 어렵거나 즉시 분리할 수 없는 자산·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로 합의하는 계약을 뜻한다).

그래서 삼정KPMG가 사전 설계부터 실행, 정착까지 카브아웃의 전 과정을 전담 지원하는 TF를 하나 만들어보자고 결정했고, 그게 지금의 카브아웃 TF가 됐다.”

―TF가 다루는 ‘카브아웃’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1차적으로는 어떤 자산·인력·프로세스·계약·IT를 어디까지 넘기고, 어디까지는 남길지 분리 기준을 세우는 일에서 시작한다. 이후 TSA 항목과 금액을 정리하고, 스탠드얼론 비용을 분석한다. 그 외에도 분리 후 IT·인사·구매·영업 조직을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분리 후 일정 기간 어떤 서비스를 얼마에 제공할지(TSA 범위 및 단가), 독립 법인으로 서기 위해 필요한 CAPEX·추가 인건비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카브아웃 메모·플랜에 상세히 정리한다.

여기까지가 전략·설계 단계라면, 삼정 카브아웃 TF는 사업부가 실제 분리되는 날까지 PMO(Project Management Office·프로젝트 관리 조직) 역할을 함께 한다. 클라이언트 조직의 PMO 일원처럼 들어가서 분리 1일차 시점에 재무·영업·물류·인사·IT가 실제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PMI(인수 후 통합) 프로젝트를 하듯 카브아웃 프로젝트도 끝까지 관리·실행하고자 한다.”

―실제 카브아웃 딜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무엇인가.

“실무에서 체감하는 ‘4대 난제’를 꼽자면 ▲여러 사업부가 함께 쓰는 공통 자산, 특히 기술 IP(지식재산) ▲인력 이전 문제 ▲규제·인허가 ▲IT 시스템 분리 네 가지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과거 우리가 글로벌 기술 기업의 사업부 인수 딜을 담당한 적이 있다. 실사를 거의 마쳤고 매도자도 ‘해당 IP는 분할해 넘기겠다’고 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그 IP를 다른 여러 사업부에서도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도자는 ‘이 IP를 통째로 넘길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꿨고 이에 딜이 깨지게 됐다. 사실 이런 문제는 딜 초기에 카브아웃 플랜을 만들면서 미리 정리했어야 할 이슈인데, 나중에 발견되다 보니 조정이 불가능했던 아쉬운 사례다.

규제·인허가의 경우 제약·자동차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런 영역에서는 제조사가 바뀌는 순간 온갖 인허가 문제가 따라온다.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는 이른바 4M(Man·Machine·Material·Method) 승인이 필수적이다. 사업부를 떼어내서 새로운 법인을 운영하게 되면, 완성차 업체가 ‘공정 및 인력, 설비가 그대로인지, 품질은 유지되는지’ 다시 확인하고 승인해 주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 기간만 1~2년 소요될 때도 있다. 정해진 기한까지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계약이 자동 해제되거나 조건 변경 협상이 필요하다.”

―IT 시스템 분리 문제도 어려운지?

“IT 분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돈과 시간이 드는 영역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ERP, 인사, 회계, 구매, 보안 시스템이 한 몸처럼 통합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사업부 하나를 떼어내 독립 시스템을 갖추려면, 데이터 클로닝·계정·권한 재설계·인터페이스 재구축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IT 셋업 비용만 한 번에 수십억원에서 100억원 이상 들어간 적도 있다.”

―고용 승계·핵심 인력 잔류 문제는 어떻게 풀고 있나. 인력 때문에 딜 구조를 바꾸거나 좌초될 뻔한 사례가 있었는지.

“국내 대기업 딜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바로 이 부분이다. 직원이 70명 있던 사업부를 떼어내서 매각했는데 실제로 이전한 인원은 2명뿐이었던 적도 있다. 그때는 결국 인수자가 인력을 경쟁사에서 대거 스카우트해 조직을 새로 꾸려냈다. 이런 리스크 때문에 ‘핵심 인력이 최소 몇명 이상 이전하지 않으면 딜을 클로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아예 선행 조건으로 넣는 계약 구조도 요즘은 종종 보인다. 이는 대기업의 복리후생, 브랜드, 조직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하는 구조에서는 직원들이 ‘굳이 옮길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한 해외 기업이 국내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했을 때는 보상 체계를 기존 대비 20~30% 상향 조정한 적도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금전적 보상(연봉 및 스톡옵션 등)뿐 아니라 업무 자율성, 근무 환경, 명확한 커리어 패스, 의사 결정권 확대 같은 비금전적 요소를 결합한 패키지를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팀 구조를 바꾸거나 직무를 재설계하고 핵심 인력의 의사 결정 권한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딜 구조 자체를 다시 짠 사례도 있다.”

―카브아웃 대상 사업부의 ‘가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매도자와 매수자의 시각 차이는 주로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는 일반적인 주식 양수도 M&A와 유사하게, 해당 사업부에 대한 별도 밸류에이션을 한다. 다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스탠드얼론 코스트(Standalone cost)와 TSA 조건이다.

매도자는 ‘지금 이 사업부가 이 정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내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독립 법인이 되려면 인사 및 구매 조직 등을 새로 세워야 하고, CAPEX와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존에 본사가 대신 해주던 구매, 영업 기능을 위해 새 인력을 대거 뽑아야 할 때도 있다.

이때 매도자는 ‘지금 전사 기준 이익에서 조금만 조정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매수자는 ‘독립 운영을 위해 들어갈 추가 비용을 EBITDA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탠드얼론 코스트 수준을 어디까지 반영하느냐에서 양측 시각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TSA도 마찬가지다. 매수자는 기존 시스템을 저렴하게 오래 쓰고 싶어 하고, 매도자는 TSA 기간을 짧게, 단가를 높게 가져가려 한다. 결국 독립 운영을 위한 추가 비용과 TSA가 카브아웃 밸류에이션의 가장 중요한 조정 변수이고, 양측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요즘 카브아웃 시장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나.

“전통 제조·통신 사업 안에 AI, 로봇,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같은 고성장 섹터가 섞여 있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존 사업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5~6배 수준이라면, AI·로봇·데이터센터 사업은 10~15배 이상을 인정받는다. 이 둘이 한 회사 안에 같이 있으면 고성장 사업이 전통 사업 멀티플에 희석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인적분할 후 매각 또는 상장을 통해 고성장 사업을 분리하는 사례가 많았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방향을 고민하는 회사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5년 내 카브아웃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지.

위에서 설명했듯 AI, 로봇, 데이터센터, 전력 설루션 등 신사업이 빠르게 부상하고 중국발 원가 경쟁 등으로 기존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어디에 자본을 더 투입하고 어떤 사업은 줄이거나 떼어낼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석유화학이나 면세업계에서는 ‘조금 더 일찍 분할·매각했으면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는 후회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삼정KPMG 카브아웃 TF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내가 처음 카브아웃 업무를 접한 것이 2010년 해외 기업이 국내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하는 딜에서였다. 그때 KPMG 미국 팀과 함께 일하면서 카브아웃 메모, 플랜을 처음 접했다. 이후 글로벌 미팅에 가보면, 특히 일본의 경우 카브아웃·인테그레이션 전담 인력이 5명에서 200명까지 성장할 정도로 시장이 커져 있었다.

우리 TF에는 일본에서 8년간 카브아웃 업무를 해온 민순기 차장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익숙한 전문 인력이 있다. 그 덕에 일본 및 글로벌 시장에서 쓰이는 카브아웃 메모, 플랜의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

우리 TF는 카브아웃 메모 및 플랜 작성, 실제 분할 실행(PMO)까지 한 팀 안에서 제공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단순히 분할 재무제표를 만들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IP·인력·인허가·IT 이슈를 함께 설계하고 관리한다. 필요할 경우 IT 감사 출신 전문가, 밸류 크리에이션 팀과 함께 시너지와 성장 스토리까지 같이 짜기도 한다.

지금 TF 인력은 주력 멤버 기준으로 약 10명 수준이지만, 프로젝트마다 통합·밸류 크리에이션 인력까지 합류하는 ‘확장형 TF’ 구조를 갖추고 있다. 향후 시장이 커지면 일본처럼 대규모 조직으로 발전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