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뉴스1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12월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뚜렷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6거래일 동안 개인은 코스닥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만 2400억원 넘게 사들였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발표 임박이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급반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이달(1~8일) 개인 순매수 상위 1~5위 안에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 등 코스닥 지수 추종 ETF가 올랐다. 총 순매수 규모는 24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개인 순매수 상위는 ‘KODEX 200’, ‘TIGER 미국 S&P500’ 등 코스피·미국 증시 중심이었던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개별 종목으로도 개인은 이달 코스닥에서 66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난달 4801억원 순매도에서 급전환했다. 알테오젠(코스피 이전 상장 호재, 3389억원)을 제외해도 에임드바이오(959억원), 지투지바이오(820억원), 펩트론(707억원), 에이비엘바이오(610억원) 등 바이오주와 AI 경량화 기업 노타(830억원)를 집중 매수했다.

이 같은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4일 코스닥 시가총액은 장중 5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말 880선이었던 코스닥 지수는 전날 927.79로 단기간 5% 이상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부터 정부가 코스닥 대규모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매수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부는 이미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자금 25%를 벤처·모험자본에 투입하도록 의무화한 바 있고, 오는 10일부터 AI·반도체·바이오·로봇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본격 출범한다. 해당 자금이 코스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 연준이 오는 10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87.2%(CME 페드워치 기준)로 높아진 점도 코스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12월 정부 정책 발표 시점과 맞물려 연준 금리 인하 시점이 맞물리게 되는 상황으로, 코스피 시장도 전망이 좋지만 코스닥 시장이 그간 소외돼 있던 터라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하 연구원은 “CES 등에서 새로운 기술이 통상 발표되는 만큼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정책 세부안이 아직 나오지 않아 최근의 코스닥 급등세가 과도한 기대감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코스닥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별도의 공지 없이 취소한 바 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가 아직 세부안 확정을 해주지는 않아서 기대감만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의 세부 내용에 따라서 수혜주 선별 과정이 일어나면서 지수가 다시 움직이거나 실망 매물이 나오는 등 결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