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9일 15시 3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1위 부동산 전문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계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된 가운데, 본입찰에서 힐하우스와 막판까지 경쟁했던 흥국생명이 매각 주간사 측을 검찰에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흥국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간사가 힐하우스를 우협으로 선정하는 과정이 불공정했으며, 이 행위가 형법상 입찰방해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흥국생명은 주간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유무도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모두 묻겠다는 의도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현재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은 입장문을 내고 매각 주간사가 자사를 속인 채 불공정한 입찰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흥국생명 측은 “주간사가 본입찰을 앞두고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이를 신뢰하고 본입찰에서 최고액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주간사는 우협 발표를 미루더니 힐하우스에 최고가 이상의 가격을 요청했고, 본입찰 실시 27일 만에 힐하우스를 우협으로 선정했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예비입찰에서 흥국생명은 8000억원대 후반, 한화생명과 힐하우스는 9000억~1조원의 가격을 적어냈다. 이후 본입찰에서는 흥국생명이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써냈는데, 주간사가 물밑에서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해 힐하우스가 입찰가를 1조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결국 우협 지위가 힐하우스로 돌아갔다는 게 흥국생명 측 입장이다. 흥국생명은 그 과정에서 주간사가 흥국생명의 입찰가를 힐하우스에 유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프로그레시브 딜이 없다는 주간사의 약속을 믿었기에 처음부터 높은 가격을 적어냈던 것”이라며 “만약 프로그레시브 딜로 전환한다는 걸 알았다면 적정가를 제시했다가 이후에 상향 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매각 주간사가 흥국생명을 속이고 물밑에서 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한 게 맞는다면 이는 형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 형법 제315조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위계’란 속임수, 거짓을 뜻한다. 해당 조항은 공기업의 경매 입찰뿐 아니라 사기업의 경매 입찰에도 적용된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흥국생명은 주간사를 형사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흥국생명을 ‘피해자’로 볼 경우 고발이 아닌 고소가 가능하다.
회사는 그 외에도 주간사가 거짓말을 한 것이 민사상 자본시장법에 위배되지 않는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 검토를 마치는 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매각 주간사 측은 프로그레시브딜을 진행한 적이 없으며, 힐하우스에 혜택을 줬다는 건 흥국생명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