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300조원 돌파를 앞둔 가운데 KB자산운용은 ETF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며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리브랜딩과 올해 계열사들의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업계 3위를 내주면서 올해에만 조직개편을 두 차례나 단행했다. ETF 사업 수장이 연이어 교체되면서 인력 이탈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이달 말 퇴사 후 내년부터 IBK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노 본부장은 올해 초 ETF사업본부장을 맡아 ETF 사업을 진두지휘했지만, 지난달 조직개편으로 운용본부와 상품마케팅본부로 나뉘면서 직책이 변경됐다. 원래 운용을 비롯해 상품 출시와 ETF 마케팅까지 모두 관여했다가 개편 이후 운용 권한만 갖게 된 것이다. 주요 업무는 연금WM본부장이었던 육동휘 신임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이 맡게 됐다.

KB자산운용 로고. /KB자산운용 제공

노 본부장처럼 KB운용에서 1년 내외로 ETF 수장이 교체되는 사례는 올 초에도 있었다. 지난해 취임한 김영성 대표는 첫인사로 김찬영 당시 한투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을 발탁해 ETF 사업본부를 맡겼다.

김 본부장은 2022년 한투운용의 ETF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로 바꾸고,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KB운용에서도 같은 해 7월 ETF 브랜드를 ‘KBSTAR’에서 ‘RISE’로 바꾸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KB운용의 순자산총액(AUM)은 지난 5일 기준 21조4662억원으로, 시장 점유율로는 7.4%다. AUM이 24조9468억원(8.6%)인 한투운용에 이어 4위다.

지난해 말(13조5643억원·7.8%)과 비교해 KB운용의 순자산 규모는 58% 늘었다. 하지만 이 기간 전체 ETF AUM이 173조5639억원에서 291조5480억원으로 약 70%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뒷걸음질 친 셈이다. 시장 점유율도 0.4%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에 그간 KB운용과 한투운용의 3·4위 경쟁은 치열했다. 특히 지난해 한투운용의 순자산 규모가 크게 늘면서 KB운용은 작년 말 10년 만에 3위를 내줬다. 올해 6월 말 출시된 ‘RISE 단기 특수은행채 액티브’ ETF에 그룹 계열사들이 3000억원 이상 자금을 투자한 영향 등으로 지난 7월 다시 3위를 되찾았지만, 이후 순자산 차이가 3조5000억원 가까이 벌어지며 4위로 재차 밀렸다.

한투운용에 점유율이 밀린 가장 큰 이유는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이 꼽힌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개인들은 올해 들어(1월 1일~12월 5일) KB운용의 ETF를 총 1조6192억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한투운용 ETF를 3조512억원 규모로 순매수한 것과 비교해 절반가량 적다.

전체 ETF 개인 순매수 금액(31조742억원) 대비 KB운용의 비중은 5.2%, 한투운용은 9.2%로, 시장 점유율보다 차이가 더 크다. 이에 지주명을 뗀 리브랜딩 효과가 생각보다 적었고, 새로 출시된 ETF 상품의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운용은 향후 상품 차별화를 목표로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육동휘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은 “데일리 고정 커버드콜 시리즈, 글로벌 자산 배분 상품처럼 투명성과 장기 보유에 적합한 구조를 갖춘 상품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며 “‘예측 가능하고 이해가 쉬운 상품에 대한 투자 유도’를 차별화 포인트로 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