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원이 머크(MSD)의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가처분은 본안 소송과 별개지만,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제품을 독일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됐다. 이 소식에 올해 초 대비 최대 84% 올랐던 알테오젠 주가는 5일 하루 만에 15% 급락했다.
하지만 알테오젠을 이틀 연속 내다 판 외국인과 기관과 달리, 개인 투자자는 이 기간 2700억원대 순매수에 나섰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금이 진입 타이밍인가” 고민이 커졌다는 뜻이다.
알테오젠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단기적으로 세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판매 금지 조치가 알테오젠 실적에 미칠 영향 ▲MSD·할로자임 특허 분쟁의 향방 ▲독일에서 시작된 가처분이 유럽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이다.
우선 이 특허 전쟁을 이해하려면 알테오젠, MSD, 할로자임 간에 얽힌 SC 제형 기술 경쟁을 이해해야 한다. 할로자임은 오랫동안 독자적인 SC 제형 기술인 인핸즈(Enhanze)를 통해 정맥 주사(IV) 의약품을 SC 형태로 전환하는 시장을 독점해 왔다. 여기에 알테오젠이 자체 개발한 플랫폼 기술 하이브로자임(Hybrozyme)을 내놓으며 도전장을 던졌다.
이 경쟁 구도 속에서 글로벌 제약사 MSD는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에서 개발된 효소 물질 ALT-B4를 선택했다. MSD는 이를 기반으로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를 IV에서 SC로 전환하고 있다. 제형 전환 시 기존 30분 이상 걸리던 투여 시간이 1~2분으로 단축되는 데다,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되는 키트루다 IV 제형의 주요 특허를 SC 제형 확보를 통해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점이다.
이에 할로자임은 알테오젠의 제형 기술을 적용한 MSD와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 MSD는 “할로자임 특허가 지나치게 넓어 특허 자체가 무효”라며 미국·유럽 등에서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반면 할로자임은 MSD의 키트루다 SC 제형이 자사 기술을 침해했다며 특허 침해 소송과 판매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특허 소송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까. 먼저 독일에서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 짚고 가야 한다.
증권가는 가처분으로 인한 알테오젠의 피해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MSD 키트루다의 유럽 매출 비중은 17%인데 독일은 그중 2% 수준”이라며 “SC 제형 유럽 판매 허가도 2025년 11월 이후여서, 알테오젠이 입을 실질 매출 타격은 2025년과 2026년을 합산해 최대 7.7%”라고 분석했다.
소송 결과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특허 침해’ 여부를 다투는 독일 특허법원 예비 의견은 이르면 2026년 2~3월, 특허 무효를 다투는 미국 특허심판원(PTAB)의 특허 분쟁(PGR) 최종 결론은 2026년 6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미국 PGR의 예비 의견(Institution Decision)에서 이미 머크·알테오젠 측에 우호적인 의견이 제시된 만큼, 할로자임의 특허 무효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 회사는 독일 가처분이 유럽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전태연 알테오젠 부사장은 전날 주주총회에서 “주요 유럽국에서 연쇄적 가처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고, 김 연구원도 “독일은 가처분이 비교적 쉬운 국가여서, 타국 확대 가능성은 우려보다 작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특허 침해 소송 결과보다 알테오젠의 SC 제형 기술의 경쟁력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과거 할로자임의 PGR이 대표적 리스크로 꼽혔을 때도,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은 특허 분쟁 등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와 후속 라이선스 아웃(L/O) 논의를 중단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ALT-B4의 기술적 차별성과 임상, 사업 개발 안정성이 높게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동성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액티브 ETF를 통한 우회 투자도 가능하다. 삼성자산운용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는 올해 초 대비 73% 상승했으며, 에이비엘바이오 16.88%, 알테오젠 10.15%를 담고 있다.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종목은 리밸런싱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임상 모멘텀이나 파이프라인 기대감이 커지면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