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발행(STO)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법제화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증권사들도 토큰 시장 개막에 맞춰 발 빠른 정비에 나서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별도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거나 관련 부서를 강화하며 토큰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토큰증권 발행·유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내년부터 본격 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

STO는 증권형 토큰 발행을 뜻하는데,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증권으로 전환해 소액 투자와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D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STO 시장 개막을 앞두고 새로운 조직을 속속 신설하고 있다.

특히 DB증권은 지난달 ‘디지털자산 신사업추진팀’을 새로 꾸리고 2~3명의 전담 인력을 투입했다. 이 팀은 STO 발행 사업을 전담하며 초기 사업계획 수립과 기초자산 선정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DB증권 관계자는 “아직 법제화가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실물자산 수탁·관리 신탁사와 협업해 부동산·미술품 등 기초자산을 발굴하고, 기존 기업금융 부서들과도 손잡고 다양한 자산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3월부터 ‘가상자산TF’를 신설하고 토큰증권과 가상자산 담당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이나 토큰증권 조직은 있고 해당 조직에서 상표권 등록이나 비즈니스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지난 7월 메리츠증권은 디지털 자산 담당 부서를 만들어 STO를 포함한 신사업 관련 업무를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도 비슷한 시기 ‘디지털자산 사업 본부’를 만들어 STO 제도화를 대비 중이다. 이 부서에서는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STO 제도화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조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새 조직이나 TF를 신설하지 않았더라도 증권사들은 기존 부서 내에서 STO 관련 사업을 추진하며 STO 제도화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기존의 ‘디지털영업부’에서, 대신증권은 ‘플랫폼솔루션부’에서 STO 관련 사업을 담당 중이다.

아직 STO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모두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증권사들은 대비가 가능한 영역에서 STO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은 STO 관련 컨소시엄에도 적극 합류 중이다. STO 유통은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에서 진행되는데, 해당 유통플랫폼으로 선정되기 위한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에 현재 ▲‘KDX(한국거래소) 주도 컨소시엄 ▲루센트블록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 총 3개사가 신청한 상태다.

증권사들은 여기 컨소시엄에 합류해 시장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KDX에는 미래에셋증권·KB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한화투자증권 등 20여개 증권사 등이 참여한다.

다만 STO 관련 법안의 내용이 모두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 현재 법안은 STO 발행과 유통 근거를 마련했지만, 구체적으로 STO 인프라, 투자 한도 등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증권사들도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되어야 사업 기획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이나 법제화가 돼야 STO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아직 사업이 구체화되지는 못했다”며 “한국거래소 컨소시엄 참여 외에는 아직 확실한 게 없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시장에 토큰 증권이 발행되면 증권사는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토큰 증권을 만들거나 유통시장에서 상장된 토큰증권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면서 “아직 법제화가 되지 않아서 발행과 유통 측면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구체화하기 어렵다.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TO법안은 이달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 시행령 등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달 10일 임시국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감독 규정이나 인프라 구축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조각투자 업계의 상품, 사업 모델과 증권사들 간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