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구리 가격이 동시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트리플 랠리’를 펼치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AI 산업 확대로 인한 실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원자재 특유의 급등락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달(11월28일~12월4일) ‘한투 은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은 23.82% 상승해 전체 ETF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KODEX 은선물(H)’(20.73%)과 ‘TIGER 구리실물’(6.71%) ETF 등도 원자재 상품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금, 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뛰는 ‘트리플랠리’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은 선물 가격은 이달 1일 온스(31.1g)당 59.1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 선물은 지난 7월 파운드당 5.8195달러, 금 선물은 10월 온스당 4359.40달러로 각각 최고가를 경신했다. 세 금속 선물 가격이 한 해 모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1980년 이후 45년만이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여기에 경기 둔화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금 수요가 더욱 늘어난 영향도 크다.
황병민 NH선물 연구원은 “결국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면서 동시에 유일한 인플레이션 헤지(hedge·위험회피) 자산”이라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도가 관세 여파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은과 구리 가격 급등의 핵심 동력은 산업 수요 확대다.
은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전기·전자·태양광 등 산업용으로 소진되며, 특히 2차전지와 태양광 패널에서 필수 소재로 쓰이면서 수요가 폭증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구리는 AI 열풍의 최대 수혜 원자재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의 메인보드·GPU·스토리지 등 전력 공급 경로 대부분이 구리로 이뤄져 있고,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냉각 설비에도 구리가 대량 사용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은·구리의 강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달러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데다 산업 수요도 견조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내년 상반기 금값이 온스당 최대 49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은과 구리 가격도 우호적인 흐름이 예상된다. UBS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구조적 공급 부족과 인도 시장 내 수요 확대를 근거로 은 가격이 온스당 60달러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구리 역시 AI 인프라 투자 증가와 주요 산지의 생산 차질로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어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원자재 특성상 공급 변동에 따른 가격 급등락에 주의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한 철강 담당 연구원은 “구리와 은 등 주요 원자재는 관세 조정이나 공급망 변화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지난 7월 정제 구리가 관세에서 제외되자 구리 가격이 하루 만에 20% 넘게 급락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