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5일 17시 3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신약 개발 기업 유틸렉스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매각했다. 유틸렉스는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에 달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으나, 경영난과 신약 개발 지연 등이 겹치면서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번 경영권 매각으로 상장사는 우회상장용 껍데기로 전락하고, 창업자는 비상장사로 옮겨 연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틸렉스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권병세 대표는 청안인베스트먼트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매각 주식은 유틸렉스 404만2858주다. 매각 대금은 주당 2474원으로 총 100억원 규모다. 잔금 납입 예정일은 내년 1월 15일이다.
유틸렉스는 2015년 설립해 2018년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CAR-T, 세포유전자치료제를 비롯한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당시 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기술로, 유틸렉스도 투자자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상장 약 3개월 후인 2019년 3월에는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 9915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유틸렉스의 신약 개발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회사의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했다. 2019년에는 서류에서 오기가 발견돼 임상시험이 10개월 지연되기도 했다. 상장 이후 아직 단 한 건의 기술이전 계약도 맺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한번도 기록한 적이 없고, 그런 와중에 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틸렉스는 이번 매각 과정에서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바이오 사업을 분리할 가능성이 크다. 유틸렉스는 장기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장 유지 조건인 매출 30억원을 맞추기 위해 자회사였던 IT설루션 회사 아이앤시스템을 흡수합병한 바 있다. 현재 유틸렉스의 매출 대부분은 IT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유틸렉스의 매출은 총 790억원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452억원이 IT 사업에서 나왔다. 반면 바이오 사업 매출은 2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번 유틸렉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자회사인 판틸로고스 지분을 권 대표가 다시 사오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틸로고스는 2020년 유틸렉스에서 분사한 회사로, 2022년 주력 파이프라인 중 하나였던 ‘EU505’를 유틸렉스에서 기술이전받은 곳이다. EU505는 두 가지 표적을 동시에 공격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다.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4-1BB’와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막는 ‘PD-1’을 동시에 공략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판틸로고스의 지분은 유틸렉스가 약 70%, 나머지 30%를 권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 권 대표는 유틸렉스 매각 대금 일부를 활용해 유틸렉스가 보유하고 있는 판틸로고스 지분 전량 매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유틸렉스 상장을 이끈 권 대표는 판틸로고스 지분 100%를 확보해 다시 비상장사에서 신약 개발을 이어가게 된다. 권 대표는 지난 4월 특수관계인들과 함께 판틸로고스의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당시에도 매입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틸렉스 주식을 이용했다.
이와 관련해 한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유틸렉스는 매물로 나온 당시부터 우회상장용 셸(상장사로서 껍데기 역할만 하는 회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은 바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기술특례 상장으로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보고, 쉘 기업만 남은 셈”이라고 꼬집었다.